[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2기 트럼프 내각 구성이 마무리 단계다. 충성파를 중용하면서도 월가 출신, 친노동계 인사, 테크노 자유주의자들을 혼합하여 성장 지속과 개혁 과제들을 균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시장이 내년 전망을 비교적 낙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불확실성, 시스템 리스크,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회색 코뿔소(Grey Rhino) 유형의 위기가 동시 발생하는 다중위기(polycrisis)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회색 코뿔소’란 어떠한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을 간과하여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김 전문위원은 우선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관세인상은 불법이민, 마약문제, 동맹국 방위비 분담 등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인데 과연 그것을 중국에만 적용하는 것에 그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이어 정책상의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분석했다. 관세, 감세 등은 단기간에 윤곽을 갖출 수 있겠으나 추방, 규제완화, 연방정부 개혁 등 다른 어젠다들은 법적 분쟁 가능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시장이나 실물경제는 불확실성과 상극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에는 감세, 규제완화 등의 기대감으로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아울러 규제완화나 암호화폐 붐이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주목했다. 머스크 등 테크노 자유주의자들은 일체의 규제로부터 해방된 기술고도 사회를 희망한다. 빅테크 기업들만 아니라 은행,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규제도 개혁 대상이 될 것이다.
규제 없는 빅테크나 시장은 언제든 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암호화폐 산업 진흥론도 위험하다. 비트코인을 정부(연준)가 매입하여 암호화폐 준비금을 조성하자는 주장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공론화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심하고 유동성 위험도 높다.
특히 이민자 추방, 연방정부 개혁 등 대내적 어젠다 추진에 따른 충격을 현 시점에서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다중 위기의 중심이다. 연방정부 개혁은 초강경 극우 보수의 논리로 점철된 ‘프로젝트 2025’의 행정국가 해체론, 대통령 권한 강화론 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연방공무원 해고, 정부기관 축소 혹은 폐지, 대통령의 예산 압류권 부활 등은 미국 사회를 정정불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다.
보건위기 재연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2.0이 화석 에너지 개발을 촉진해도 단기간에 온난화가 재앙이 되지는 않겠지만 공중보건은 다르다.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예방접종이나 백신을 불신한다. 그는 “새로운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러한 소신을 고집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제2의 셧다운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제로섬 논리의 국제관계 지배와 이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