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당 명륜진사갈비(대표 강형준) 매장에 비치된 '미니갈비버거 맛있게 만드는 방법' 안내문.
[비욘드포스트 조윤민 기자] 저녁 시간 명륜진사갈비(대표 강형준)에서 고기와 모닝빵을 챙겨와 나만의 수제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모습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돼지갈비 대신 닭갈비, 삼겹살 등을 넣어보며 나만의 맛을 찾는다. SNS에는 색다른 조합을 자랑하는 인증샷과 팁이 넘쳐난다.
이같이 여러 음식과 제품, 브랜드를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트렌드는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는 수동적 구매자를 넘어 '창작자'로 식품 트렌드를 이끌고, 기업은 고객의 자발적 조합을 관찰하고 과감하게 공식 신제품화를 시도한다.
농심(대표 이병학)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는 소비자 레시피에서 출발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짜파구리는 지난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영화 '기생충'에서 한우 채끝살을 올린 짜파구리가 나온 장면이 주목을 받으면서 또 한 번 흥행 바람을 탔다. 농심은 '신조합' 인기에 힙입어 '앵그리짜파구리'를 2020년 정식 출시했다.
‘뚱바라떼’도 색다른 조합에서 출발했다. '뚱바라떼'는 김동환 사장이 이끄는 대표 제품 '바나나맛우유'가 주인공이다. 바나나맛우유에 헤이즐넛라떼나 에스프레소를 섞는 레시피가 해외 콘텐츠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빙그레는 편의점 GS25와 협업해 실제 상품으로 내놨다.
최근에는 롯데웰푸드(대표 이창엽) ‘티코 말차’와 소금빵 조합이 급부상했다. 소금빵을 반으로 잘라 그 사이에 티코 말차를 끼워 넣는 색다른 레시피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소비자들은 "배운 사람이다", "최고의 맛이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느냐"라고 극찬했다.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주어지는 메뉴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맛을 창조해 온라인에 공유하며, 식품업계의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맛의 주도권은 더이상 기업에 있지 않다. 소비자가 창의성과 취향으로 식문화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익숙함보다 새로운 경험과 자기만의 취향을 중시한다"며 "이런 흐름이 맛의 재미와 경험을 확장시키고, 앞으로 더 많은 혁신적인 조합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