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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노벨상 상금은 어떻게 쓰나

2024-12-10 08:36:56

[신형범의 千글자]...노벨상 상금은 어떻게 쓰나
문학상 수상 작가의 고국은 망신스럽기 짝이 없는 혼란 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노벨상 시상 행사가 예정대로 열렸습니다. 한강 작가는 깊이 고민한 단어들과 오래 벼린 문장으로 감동적인 강연을 전했지만 나는 속물이어서 그런지 갑자기 관심이 다른 데로 쏠렸습니다.

다이나마이트로 부를 쌓은 알프레드 노벨은 지금 돈으로 약 2400억원을 들여 재단을 만들고 1895년 노벨상을 제정합니다. 주식 채권 등을 운용해서 생긴 수익금으로 상금을 충당하는데 전년도 재단이 벌어들인 이자수익의 67.5%를 생리의학, 물리, 화학, 문학, 평화 다섯 부문 상금으로 지급합니다.

지금까지 120년 동안 매년 60억원 규모의 상금을 쓰고도 현재 재단의 자산은 종잣돈의 세 배가 넘게 불었고 게다가 매년 늘고 있으니 노벨은 죽어서도 재테크의 달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참고로 노벨 사후에 제정된 경제학상은 노벨재단이 아니라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기금에서 지급합니다.

세계대전 등 불황 때 상금은 약 1~3억원 정도로 낮았지만 그 때를 제외하고는 평균 10~14억 정도를 매년 수상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지급했습니다. 한강도 이번 수상으로 약 14억원을 받는데 세금은 한푼도 안 냅니다. 국내 소득세법에 ‘노벨상 또는 외국 단체.기금에서 받은 상’의 상금과 부상은 비과세 기타소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벨상 상금은 ‘팔자가 바뀌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상을 수상하게 되면 강연료나 출판계약금 등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뛰기 때문에 평생 남는 장사가 됩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소는 노벨상 수상 즉시 2400만 달러(약 330억원)를 버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면 역대 수상자들은 상금을 어떻게 썼을까요. 윈스턴 처칠은 뉴욕증시에 투자해 1929년 대공황으로 빈털터리가 됐다가 노벨문학상을 받고서야 돈걱정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우드로 윌슨 미국 전 대통령은 은행에 넣어 두고 그 이자를 노후자금으로 썼고 아인슈타인은 상금을 전액 이혼 위자료로 전처에게 줬습니다.

상금을 위자료로 쓴 수상자는 또 있습니다. ‘합리적 기대가설’로 유명한 시카고대 로버트 루커스 교수는 7년 안에 노벨상을 받으면 상금 절반을 위자료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혼했는데 약속기한 3개월을 남기고 수상하는 바람에 상금의 50%는 전처에게 돌아갔습니다. 평소 갖고 싶던 사치품을 플렉스한 수상자도 있습니다. 1985년 경제학상을 받은 MIT 프랑코 모딜리아니 교수는 요트를, 1998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루이스 이그내로는 꿈에 그리던 페라리를 구입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지미 카터 같은 미국 전 대통령은 자선단체와 연구기관에 기부했고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11억을 받아 3억은 도서관 기금으로 썼지만 나머지는 상속분쟁 중에 공중분해돼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벨상 이후 여러 분야의 의미 있는 상들이 생겨났지만 누가 뭐래도 현존하는 인류 최고의 영예는 역시 노벨상입니다. 따라서 노벨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국가의 위상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브랜드파워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최초로 제정된 상이라는 점 외에 역시 상금의 액수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요. 이상 돈만 아는 돈벌레였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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