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3층 연금 제도에서 이전 세대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연금 자산을 축적해 온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국내 연금 시장에서도 인출에 관한 관심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그러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 가장 핵심적인 노후소득원으로 활용되는 퇴직연금은 아직까지 연금으로 인출되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연금 수령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사업자는 연금 인출기 자산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품 및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정승희 연구위원의 ‘연금자산 인출 시장 확대와 퇴직연금의 역할’ 보고서에서다.
705만 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에 이어 954만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생)의 은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집단으로 이들의 은퇴가 경제 전반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특히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소득과 자산 여건은 양호한 편이지만 의학 기술의 발전 등으로 수명 또한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증가하고 있어 은퇴 후 지속적인 생활비 창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
은퇴자들이 노후 생활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주요 소득원은 연금이 일반적이다. 연금의 범주에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연금저축상품이나 비과세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이 포함될 수 있다.
다행히 이들 베이비부머가 한창 경제활동을 하던 시절에 국내 연금제도는 3층 제도의 기본 틀을 갖추게 되었다.
연금 자산을 축적해 온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국내 연금 시장에서도 연금 자산의 인출에 관한 관심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문제는 이렇게 이전 세대에 비해 연금제도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노후를 준비한 베이비부머 세대조차 고정적인 노후 소득원을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걱정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연금 수령 방식이 디폴트 옵션인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경우 실제로 연금으로 수령하여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기보다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가 대다수이
다.
특히 개인연금보다 보편적인 연금 상품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퇴직연금조차도 아직까지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중은 계좌 수 기준으로 10.4%에 불과한 수준이다.
연금 수령 방식의 세제 혜택 자체도 일시금 수령 방식 대비 크게 유리하지 않으며, 연금 자금의 원천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달라지는 등 세제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다. 현재 퇴직소득을 연금으로 받을 시 세금 납부를 수령 기간에 따라 30~40% 감면해주고 있으나 퇴직연금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 효과는 미미하다.
또 일시금 수령은 단순히 소득세를 납부하면 되지만 연금 수령은 자금 원천에 따라 복잡한 세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퇴직소득이 소진된 후 운용수익이나 자기부담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년간 연금소득이 1,2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로 전환되는 등 고령자가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고서는 “세제 측면에서는 연금 수령 시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일시금 수령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되, 고령자가 전반적인 노후자산관리 관점에서 퇴직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단순한 세제 적용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연금 사업자 측면에서는 퇴직 시점에 이른 가입자를 대상으로 연금화가 가능한 다양한 인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연금 수령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