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정국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은 27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 중 1480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4거래일 연속 상승해서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시작해 1470원과 1480원을 차례로 뛰어넘으며 오전 11시 34분쯤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환율은 오후 들어 급격히 방향을 틀어서 상승분을 대부분 도로 내놓고 1460원대 후반까지 내려앉았다.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국내 정국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20원 넘게 급등했다가 오름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조정이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주간 거래 변동 폭은 21.2원에 달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표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로 151석으로 해석해 야당 주도로 이뤄진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은 찬성 192표를 받아 가결됐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당하면서 경제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앞서 최 부총리는 이날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안보·국민경제·국정의 연속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재고해달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도 환율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90포인트(1.02%) 내린 2404.77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733억원을 순매도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겨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며 “탄핵 정국 여파로 국내 12월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순매도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달러 유출 압력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