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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기계적 중립은 틀렸다

기사입력 : 2025-04-03 08:32

[신형범의 千글자]...기계적 중립은 틀렸다
“치우친 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이 무언가에 가려져 있는 것이고, 지나친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마음이 어딘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은 보편적 상식을 외면한다는 것이고, 빙빙 돌리는 말은 논리가 궁색하기 때문이다.” 맹자의 말입니다. 그러면서 맹자는 바로 그런 말들이 정치를 해치고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린다고 꼬집었습니다.

언론은 말을 다룹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언론을 통해 참 많은 말들을 보고 들었습니다. 언론도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 없다 같은 담론을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언론사 입장에 따라 노골적인 편파보도를 하기도 하고, 비교적 객관적 시각에서 중립적으로 보도하려고 애쓰는가 하면 어떤 언론은 중립을 가장해 교묘하게 해당 언론사의 신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립보도는 언론의 기본이지만 편파보도 또한 언론사주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세 번째, 중립인 척 공정보도인 척하지만 사실 그 중립 자체가 의도를 갖고 조작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말로 보통 ‘기계적 중립’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대립하는 두 사안이 있을 때 형식적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양 쪽 모두를 편들거나 비판하는 양시론과 양비론도 일종의 기계적 중립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통설로 명백하게 인정하는 A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B 사이에서도 ‘의도된 중간’ 입장을 취하는 보도가 진짜 문제입니다. 실제로 그 중간 지점은 사회적으로 균형점이 아닌데도 중립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마치 A, B 양쪽 의견이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지요. 이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거짓 균형’ 또는 ‘조작된 중립’입니다.

이 기사는 어제(4/2)치 한 조간 신문입니다. 탄핵 심판이 내일 열린다고 하니까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동일한 숫자로 내세워 마치 두 의견이 팽팽하게 양립하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만드는 것이지요. 두 의견이 지금 경쟁 중이며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면 받아들일 수 없는 소수의 주장도 정당화된 주장으로 자격을 인정받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진짜 무서운 건 이런 보도가 해당 언론사의 내적 지향점을 완성시키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신하는 여론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속마음이 ‘중립’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입니다. 나는 언론비평가도 언론을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서 ‘기계적 중립’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고 봅니다. 중립을 지키는 척, 공정하게 보도하는 척하지만 그 중립은 의도를 갖고 만든 ‘조작된 중립’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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