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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지명국 교수 연구팀, 중력렌즈 분석으로 페르세우스 은하단 충돌 흔적 첫 발견

김선영 기자 글로벌대학팀

기사입력 : 2025-04-21 10:31

연세대 지명국 교수, 김형한 연구원 [연세대 제공[
연세대 지명국 교수, 김형한 연구원 [연세대 제공[
[글로벌대학팀 김선영 기자] 연세대학교 지명국 교수 연구팀이 중력렌즈 분석 기법을 이용해 약 50억 년 전 발생한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거대한 충돌 흔적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해당 은하단은 그간 천문학계에서 대표적인 ‘완전히 안정된 은하단’으로 간주돼 온 천체로, 이번 발견은 기존의 정설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성과로 평가된다.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가 중력에 의해 결집된 우주의 초거대 구조물로, 전체 질량의 80퍼센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충돌과 병합을 반복하면서 성장하며, 그 에너지 규모는 초신성 수백억 개가 동시 폭발하는 수준에 이른다.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지구에서 약 2억 4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대 은하단으로, 지금까지는 충돌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교과서적 안정 구조’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고해상도 관측 기술 발달로 은하단 내부에서 미세한 교란의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 충돌의 상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과학계에서 제기됐다. 이에 지명국 교수 연구팀은 일본 국립천문대 수바루 망원경의 심층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중력렌즈 효과를 정밀 분석했다. 중력렌즈는 질량이 큰 천체가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그 뒤에 있는 천체의 빛이 굴절되는 현상으로, 암흑물질 분포를 추적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연구팀은 페르세우스 은하단 중심에서 약 140만 광년 떨어진 지점에 태양 질량의 200조 배에 달하는 암흑물질 덩어리가 존재함을 발견했으며, 이 덩어리가 은하단 본체와 암흑물질 다리 형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해당 암흑물질 구조가 과거 실제 충돌한 천체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해석된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구조가 약 50억 년 전 페르세우스 은하단과 충돌한 뒤 현재 은하단 구조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점도 입증됐다. 이번 결과는 기존에 ‘평온한’ 은하단으로 분류됐던 페르세우스 은하단이 실제로는 거대한 과거 충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향후 천문학 교과서의 서술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지명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페르세우스 은하단에 대한 오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충돌 과정에서의 입자 가속 메커니즘에 대한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김형한 연구원은 “정설과 다른 결과를 발표하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동료 연구자들의 시뮬레이션 자료와 유클리드, 크리즘 우주망원경 데이터가 결과를 뒷받침해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 및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16일자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김선영 기자 글로벌대학팀 globalu@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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