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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요즘 아들 키우기

입력 : 2025-06-20 07:57

[신형범의 千글자]...요즘 아들 키우기
아는 친구(라고 하지만 자식뻘 되는)는 결혼하고 2년 만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백일도 안 된 자식사랑이 어찌나 지극한지 매일 물고 빨고 난리도 아닙니다. 출산휴가가 끝나면 아들을 데리고 회사에 출근하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우리 아이들을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를 생각해 보니까 그 친구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부모자식 사이를 떠올려 봅니다. 요즘은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갈등과 장애물을 부모가 미리 없애 줍니다. 덕분에 아이는 불편함을 모르고 좋은 것, 행복한 것만 경험하며 자랍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대체로 뭐가 잘못됐는지, 자기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뭔지 잘 모릅니다. 단단한 자기애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주변을 원망합니다. 부모의 지원이 부족하다, 운이 없었다, 가족이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학교나 친구들이 수준이 안 맞다 등을 자세하게 나열합니다. 어딘가 문제가 있고 삶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기는 문제가 없고 오직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억울한 게 많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이나 노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은 단호하게 부정합니다.

인간의 성장은 공감 경청 배려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갈등 불협화음 실패를 이겨내면서 더 많은 걸 배웁니다. 부모의 과도한 애정은 작은 갈등조차 트라우마로 해석해 절망하는 심리적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과보호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내면의 불편이나 작은 마찰도 견디지 못합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때로는 권위와 강제를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이유 없이 고개를 숙이고, 이해되지 않아도 따르는 경험 같은. 언젠가부터 부모들은 자식과 친구 같은 사이를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사랑을 담은 감정만 과잉 공급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자아는 비대해지고 스트레스 대응력, 회복탄력성은 낮아져 미숙한 성인으로 자랍니다. 심지어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면서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허세 가득한 희망을 내세우지만 근거는 빈약하고 실천은 없습니다.
과잉보호 시대에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공감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좌절일지 모릅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법,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있다는 경험,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걸 배워야 합니다. 과도한 공감과 보호, 애정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으면 쉽게 좌절하고 객관적으로 볼 줄 모르고 불만과 분노에 찬 성인이 되기 쉽습니다.

요즘 20~30대 남성들을 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하지만 아들을 제대로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각성하고 균형 잡힌 생각을 해야 합니다.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20대 남성 37%가 찍은 후보를 보면 요즘 아들 키우는 방식과 연관이 있지 않나 의심이 듭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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