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질수록 각종 재산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타인의 재산을 위탁받아 보관하던 자가 이를 임의로 사용한 경우 성립하는 횡령죄는 기업 내 회계·재무 담당자, 건설 조합원, 단체 임원 등 다양한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로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무심코 대응했다가 자칫 실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했을 때 적용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업무상’ 임무를 가진 자가 저지른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같은 금액을 횡령했더라도 죄질에 따라 훨씬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업무상 횡령죄는 일반 횡령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워 공소시효 또한 길며, 횡령 행위가 종료된 시점부터 기산된다. 단순히 범죄 발생 후 다소간의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고, 사건이 내부감사를 통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도 많아 피의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횡령죄는 고의성과 불법영득의사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예를 들어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던 자가 본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이를 처분한 경우, 또는 보관 목적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해당 재산을 원래 주인을 위해 사용했거나, 업무상의 범위 내에서 처리한 것이라면 혐의 성립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일시적으로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뒤 다시 복구했다 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된다는 점이다. 즉, 금전 반환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 시점부터 범죄는 성립하며, 이후의 복구 행위는 양형에서만 참고될 뿐 처벌을 면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5억 원 이상을 횡령한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벌금 역시 이득액에 상응하는 수준까지 부과될 수 있어 사건의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면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자금을 처리했던 사실만을 진술하는 방식으로는 혐의가 더 무겁게 적용될 수 있고, 해명이 누락되거나 진술이 번복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혐의 성립 여부는 사용처, 경위, 승인 여부, 회계 흐름 등 다양한 정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판단되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법적으로 정리하고 수사기관에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더앤 유한규 대표변호사는 “횡령 혐의를 받게 된 경우, 본인이 단순 처리 업무를 했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사기관은 그 과정에서 고의성과 불법영득의사를 우선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대응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사건 초기에 법률 전문가와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진술 시 전략적으로 방어 논리를 갖추는 것이 실형을 피하거나 무혐의를 받을 수 있는 관건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법무법인 더앤 유한규 대표변호사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