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엔비디아가 H20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중국용 수출 H20 AI 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무부 고위관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출통제를 관장하는 상무부내 산업안보국이 지난 8일 엔비디아에 수출 허가를 발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CEO가 최근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지 이틀 만에 허가 발급을 개시한 것이다. H20 AI칩 대중 수출이 재개되면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성능을 낮춰 설계한 H20 칩의 수출을 금지했었다. 백악관은 H20 칩 수출 재개를 허용한 이유에 대해 중국이 자체 AI 칩을 개발해 칩 경쟁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95%에서 4년 만에 50%로 하락했다.
또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H20 칩 수출 재개도 협상 카드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면서 친분을 쌓았고, 지난 5월에는 중동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H20 칩 수출을 통제하자 "수출 규제는 오히려 중국 기업만 더 강하게 만든 실패한 정책"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약 1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H20 수출 통제 조치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185달러에서 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제임스 슈나이더 애널리스트는 "오는 27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가지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최신 AI 칩 블랙웰의 확산, 중국용 H20 칩 출시 일정, 총 마진 등을 꼽았다.
특히, 중국 H20 칩 출시와 관련해 "이 칩들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출시되고, 향후 얼마나 많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번 H20 수출 재개를 앞두고 대만의 TSMC에 H20 칩 30만개를 신규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달 말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엔비디아가 중국 내 수요 급증을 감당하기 위해 지난주 TSMC에 새로 생산 주문을 했으며, 이는 재고로 갖고 있던 제품을 판매하던 기존 방식과 다른 양상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