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美연준(Fed)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리사 쿡 연준이사를 해임했지만 쿡 이사는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기 혐의를 받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이사직에서 즉각 해임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쿡 이사의 후임으로 "아주 훌륭한 인물들"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곧 (연준에서) 다수를 갖게 될 것이며, 우리가 다수를 확보하면 아주 훌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 후임을 임명하면 현재 연준 이사 7명 중 4명을 자신이 임명한 인사로 채우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은 연준 이사를 해임할 권한이 없는 데다 쿡 이사가 법적 대응으로 맞섰고, 연준도 쿡을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기에 아직까지는 트럼프의 연준 장악에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다.
쿡 이사는 변호사를 통해 "그가 시도한 불법적 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해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연준 역시 그의 이사직이 아직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美연준의장 해임을 시도한 데 이어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함에 따라 연준 독립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연합뉴스
시장의 반응은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반영해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가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1.20bp(bp=0.01%p) 내린 4.265%에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3.681%로 전장 대비 4.50bp 내렸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 금리는 4.921%로 3.00bp 상승했다.
2년물과 30년물 금리 차이가 장중 한때 1.25%포인트로 확대돼 3년 만의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2년물 금리를 끌어내린 반면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약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장기금리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리야 미스라는 FT에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이 달러 약세와 장단기 금리차 확대라는 즉각적인 시장의 반응을 설명해준다. 이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우리는 시장의 반응이 순전히 비둘기파적 정책 충격이라기보다는 미국 자산 전반에 걸친 위험 회피 성향의 특징을 더 잘 보여준다고 판단한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