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업 충격 앞으로 더 확대될 것"..."미국으로 향하던 여타국 수출이 국내로 전환되면 산업 생태계 교란시킬 것"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면제되던 미국 관세가 15%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관세로 인한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 0.45%P, 내년 0.6%P 낮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은이 분석했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미국 관세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품목별 미국 관세 노출도는 2024년 기준 각 국가의 대(對)미국 수출액 중 해당 품목의 비중으로 정의됐는데, 우리나라는 ▲ 자동차 1위 ▲ 철강·알루미늄·구리 5위 ▲ 반도체 8위로 파악됐다.
모형 등을 통해 이런 미국 관세 변화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새 미국 관세정책은 우리나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 0.45%p, 0.60%p 낮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 평균과 비교해 협상 후 우리나라 관세율 인상 폭은 약 15%포인트(p)로, 50개 나라 가운데 18위로 집계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인상 폭이) 중상위 그룹에 속해 결과적으로 관세 영향이 클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FTA 적용으로 기존 관세율이 0%였던데다, 철강·자동차 등 품목 관세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커 (평균 관세율의) 인상 폭도 크다"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로 인한 주요국 성장률 영향 비교. 자료=한국은행
미국 관세 영향은 크게 무역·금융·불확실성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에 전달되는데, 우선 무역 측면에서 미국 관세 인상으로 수출 비용이 오르고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총수요도 줄어들면 대미 수출이 크게 축소된다.
미국 외 나라의 수입 수요도 미국 관세에 따른 성장 둔화로 감소하면서 미국 외 국가 대상 수출도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금속·기계와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 측면에서도 미국 관세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미국 통화정책이 더 긴축적으로 운영되면, 국내외 금융 여건 개선이 지연돼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 시행 이후 최근까지 국내외 영향이 상호관세 유예, 기업의 부담 흡수 등으로 우려보다 작았지만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미국으로 향하던 여타국 수출이 국내로 전환되면 산업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고,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야기해 고용 위축과 인재 유출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