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주식 보유 비중, 41%(8월 기준)에 불과...NH선물, 개인과 기관이 절반 넘게 보유해 수급불균형 당분간 지속 예상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정부가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환율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새로운 대책이 없었고 현재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만한 뾰족한 해결책이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화 대책 소식에 1457원까지 급락하기도 했으나 오후들어 낙폭을 크게 줄였다. 자료=블룸버그통신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보다 7.4원 내린 1,465.0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이 더 커지며 1460원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은 장중 1457.6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은 외환당국의 기자회견 내용이 어느정도 예상된데가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환율 주간 종가(오후3시 30분)는 전거래일보다 6.8원이 내린 1465.6원을 기록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에서 3번째 큰 연기금인 국민연금 규모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상회하고, 보유 해외자산도 외환보유액보다 많아지면서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단일 플레이어 중에서 최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총리가 외환시장을 주제로 별도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불안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 부총리는 "연금이 향후 3600조원 수준으로 늘고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시장에서는 달러 수요로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동시에 어느 시점이 지나고 달러를 매각해 원화로 바꿔야하는 시점에서는 대규모 해외자산 매각에 따른 환율하락 영향으로 연금 재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원화 절상 또는 절하 양방향으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 '4자 협의체'에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시계에서 안정적 연금 지급이 가능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구 부총리는 부연했다.
구 부총리는 또 국민연금에 소방수 역할을 기대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많다는 점을 의식한 듯 "뉴프레임워크 논의는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며 "언론 보도처럼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 '구원투수'로 지목하고 있지만 개인과 기관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절반을 넘어 수급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자료=블룸버그통신, NH선물
하지만 이날 외환당국의 발표내용은 현재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외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NH선물이 25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외주식투자 총 잔액 중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월 기준으로 41%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절반을 웃돌고 있어 국민연금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더라도 여전히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