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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대화가 필요해

입력 : 2025-11-19 08:18

[신형범의 千글자]...대화가 필요해
나이 탓인지 요즘 마음상태가 불안정한 때문인지 못마땅한 일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일상적인 대화인데도 예민해질 때가 있습니다.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말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서로 주고받은 말은 많은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게 없고 내가 한 말이 전달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 대화가 자꾸 쌓이면 마음까지 불편해집니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 대화는 대체로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의 말을 끊거나 가로채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 말만 하고 싶어 합니다. 이미 자기 생각이 확고하게 굳어진 상태라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말 끊어서 미안한데…”
말 끊는 사람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자기 말만 하고 싶은 사람은 평소 의견을 말할 기회가 너무 없었던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남모르는 걱정거리를 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얘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을 인내가 부족할 정도로 아는 게 너무 많아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매우 서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누구는 너무 말하고 싶어서, 누구는 너무 생각이 많아서, 누구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서, 또다른 누구는 상대를 너무 공감하고 싶은데 표현이 서툴러서 등등 각각의 이유로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하거나 겉도는 대화만 하게 됩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상대는 모르지만 사실 나는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중간에 몇 번이나 말을 끊고 싶지만 꾹 참고, 내가 잘 안다고 잘난 척하고 싶지만 입을 다물고, 또 그다지 공감하지 않아도 고개를 자주 끄덕이고, 심지어 상대의 말이 조금도 궁금하지 않아도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상대의 눈을 바라볼 때도 있습니다.
그런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상대는 대체로 나와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나는 듣기만 했는데도 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좋은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대화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기다려주는 것인 지도 모릅니다. 상대의 말이 충분히 흘러갈 때까지.

그렇지만 여전히 내 말은 종종 누군가에 의해 끊어집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나도 누군가의 말을 끊습니다. 그래도 노력합니다. 때로는 끊어지고 어긋나지만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고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합니다. 조금 더 기다리려고 애를 씁니다. 가끔은 내 말이 끊기기도 하고 상대의 말을 끊기도 하면서.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대화가 되겠지요. 평생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살아갈 테니까.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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