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불법 촬영물과 성착취물이 대규모로 유통된 AVMOV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사이트 이용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운영자 검거에 그치지 않고 사이트 이용 기록을 토대로 개인별 행위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AVMOV 사건의 수사는 이미 서버 자료 확보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 정보와 결제 내역, 접속 기록 등을 기반으로 이용자 특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은 개별 이용자의 이용 방식과 행위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수사를 받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 수사를 맞이하느냐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이엘 성범죄 센터의 민경철대표변호사는 AVMOV 사건에서 선제적 자수를 단순한 처벌 감경 수단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잘못을 인정할지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흐름을 예측한 뒤 어느 시점에서 사건을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변호사는 이미 서버 자료와 디지털 기록이 상당 부분 확보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먼저 연락해 오는 시점은 개인에게 선택권이 거의 남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질문을 구성한 뒤 조사가 시작되면 진술은 그 틀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고 대응 전략을 새로 설계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AVMOV 이용자에게 선제적 자수가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원가입과 포인트 충전 이력이 분명하거나 다운로드 또는 반복 열람 정황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용한 PC나 휴대폰에 디지털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면 자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민 대표변호사는 자수 여부는 감정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전제로 한 계산의 문제라고 말했다.
실무적으로 선제적 자수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히 형량을 줄이기 위한 행동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범위보다 본인의 행위를 보다 정확히 한정할 수 있고 진술의 구조를 보다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사건이 불필요하게 확대되는 것을 일정 부분 관리할 여지도 생긴다. 반면 수사기관의 연락 이후에 이뤄지는 자수나 진술은 이미 확보된 증거의 틀 안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대응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민경철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 연락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VMOV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유리해지는 구조가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는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AVMOV 사건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자수를 해야 하는지 여부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전자기기에 어떤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을 언제 내려야 하는지다. 민 대표변호사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상태로 경찰 조사를 맞이하는 순간 사건의 주도권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엘 성범죄 센터는 AVMOV 사건을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전제로 선제적 자수 여부까지 포함해 초기 대응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민경철 대표변호사는 선제적 자수는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와 타이밍의 문제라며,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기다림은 가장 불리한 방식으로 사건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