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을 자고 났더니 새해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온라인 데이터 약 5억4천만 건을 분석했더니 2026년 사회문화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 ‘나다움’ ‘웰니스’ ‘K-컬처’ ‘절제’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인공지능(AI)이 가장 먼저 꼽힌 것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과 교육은 물론 정책, 보안, 규제 등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변혁을 가져온, 또는 가져올 단어입니다.
다음은 개인 중심 사회를 상징하는 ‘나다움’입니다. 이와 함께 정체성, 자기결정 같은 연관어도 함께 다뤄지는 추세입니다.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는 증거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바뀌고 있습니다. 질병치료 중심의 건강담론에서 벗어나 노후, 저속노화 같은 키워드도 뜨고 있습니다. 동시에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웰니스’에 대한관심이 커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소비생활과 관련한 키워드도 확실히 증가했습니다. 연관어인 ‘가성비’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실용적 소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 작년 한 해 K-Pop의 열기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웠습니다. ‘아파트’ ‘데몬헌터스’의 인기에 힘입어 K-컬처와 관련한 키워드가 온라인에서 공감을 얻고 연관어 또한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것은 늘 설레고 기대를 갖게 합니다. 반면 돌아보면 지나간 세월은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자주 틀어지거나 어그러지고 고대하던 소식은 한없이 지체됐습니다. 애를 썼지만 실패한 일은 운이 따르지 않은 탓입니다. 하지만 그깟 실패에 주눅들거나 바닥에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우환과 시련이 닥칠 때마다 무릎을 세우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고 새해 새 날을 맞습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이제껏 없던 기회가 마침내 열릴 수도 있을지.
시련과 질곡 같은 덜컹거림이 없다면 우리가 누리는 소박한 행복과 안락이 이토록 달콤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새해에는 삶의 무게를 좀 덜게 해주시고, 오래 병상에 누워 지낸 환우에겐 치유의 복음을, 아이처럼 웃을 일이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태와 안락을 경계하고 착한 갈망으로 활활 타오르겠습니다. 항상 낮은 곳에 모이는 물처럼 겸손과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이웃의 슬픔과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 매일매일을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완성은 오히려 모자란 듯 비어 있을 때 그 쓰임이 지속되고, 큰 충만은 오히려 비어 있어 보일 때 끊임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입니다. 위대한 기교는 오히려 졸렬한 듯 보인다는 뜻입니다. 어쨌거나 올해 ‘천글자 일기’의 다짐은 ‘豊而不餘一言 約而不失一辭’로 정했습니다. ‘풍부하되 한마디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했으되 한마디 놓친 게 없다’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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