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HOME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감옥 가기 직전의 사색

입력 : 2026-01-27 08:27

[신형범의 千글자]...감옥 가기 직전의 사색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하게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섭씨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며칠 전 추모 10주기를 맞은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유명한 대목입니다. 1985년 8월, 무더위가 한창일 때 형수 앞으로 쓴 편지 중 일부입니다. 필기도구조차 금지된 감옥, 신영복은 한 달에 한 번 교도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생각을 정리하고 교정까지 다 본 뒤 써야 했습니다.
40년 전 감옥이라 지금과는 다르다곤 하지만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차라리 겨울은 추워도 서로의 온기로 버틸 만한데 천장 구석에 달린 조그만 선풍기 하나로 견뎌야 하는 여름이 훨씬 곤혹스럽다고 하니 신영복 때나 비슷한가 봅니다.

50년 동안 공직에 있으면서 좋은 자리만 골라 다녔던, 감옥과는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전직 총리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을 구형 받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평생 좋은 것 먹고, 좋은 데만 다니면서 험한 일은 해 본 적 없기 때문에 건강은 좋을 테니 100살은 넘게 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형 대로 확정되면 형량을 다 채우고 나와도 100살밖에 안 되니까 반성하면서 차분히 출옥을 기다리면 될 듯싶습니다.

하필이면 법정 구속되던 날부터 몹시 추웠는데 얇은 내복과 죄수복, 고무신이 전부인 기본 물품만 지급받았다고 합니다. 겨울을 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통 죄수들은 지인들이 보내 준 영치금으로 담요나 생필품들을 조달합니다. 그런데 영치금 계좌가 바로 개설되는 게 아니어서 우리 총리님은 당장 며칠 동안은 기본 물품만으로 견뎌야 하는 게 좀 딱해 보이긴 합니다.
총리님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 시험 잘 본 덕분에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평생을 살아온 전직 부총리, 국방장관, 법무장관, 행안부장관 등 줄줄이 감옥살이를 해야 할 판입니다. 15년이든 23년이든 무기징역이든 먼저 경험하신 신영복 선생의 글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험한 잠자리와 입에 맞지 않은 음식,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지만 잘들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100세 시대니까 출소 후에도 남은 생이 길 테니 건강들 잘 챙기시구요.

신영복으로 시작했으니 신영복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평생 공부에 힘쓴 신영복은 공부를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이 공부라는 것이지요. 머리부터 가슴, 발로 이어지는 공부를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머리는 차가운 이성적 사고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고 가슴은 애정과 공감, 발은 나아가 연대하고 실천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좋은 학교 졸업하고 공부 잘했던 사람들이니까 감옥에서 제대로 된 진짜 공부 좀 하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리스트 바로가기

인기 기사

최신 기사

대학뉴스

글로벌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