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장강명의 신작 《먼저 온 미래》와 김영하의 소설 《작별인사》를 연달아 읽었습니다. 의도하고 고른 게 아닌데 두 작품 모두 미래가 인간에게 건네는 안부인사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먼저 온 미래》에선 직관과 예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바둑이 AI에 의해 무너졌고 《작별인사》에서는 인간의 감정과 의식, 심지어 고통조차 기계(휴머노이드)가 완벽하게 재현해냅니다.
《먼저 온 미래》는 바둑계에서 일어난 논픽션을 기반으로 한 르포르타주 소설입니다. 압도적 지능을 가진 알고리즘이 인간이 지배하던 지적 성역을 무너뜨렸는데 앞으로 문학,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질 우려를 그립니다. 이에 비해 《작별인사》는 SF 픽션입니다. 휴머노이드(철이)를 주인공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진 디스토피아를 그렸습니다.
두 소설이 공통적으로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와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과정에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렸습니다. 《먼저 온 미래》가 ‘기계에게 배우고 적응하는 인간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작별인사》는 ‘기계를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다룹니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질문은 ‘인간의 것이라고 믿었던 영역이 기계에게 정복당했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임을 증명할 것인가’입니다.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바둑을 두고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사랑하고 고뇌할 때 인간은 실존적 위기를 느낍니다.
장강명은 AI를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 타자로 설정합니다. 프로 바둑기사들은 AI의 수(手)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것을 복기하며 실력을 키웁니다. 알고리즘의 원리도 모르면서 그 결과값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상징합니다. ‘인간이 기계보다 못하다면 인간의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의 숙련이 가질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김영하는 AI를 통해 인간의 끝과 기계의 시작을 탐구합니다. 휴머노이드인 철이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과정은 ‘자의식이 있으면 그것은 생명인가?’라고 묻습니다. 기계는 불멸이지만 인간은 죽기 때문에 순간이 소중합니다. 역설적으로 죽음과 고통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한 아름다움 아닌가 하고 기계의 눈을 통해 반문합니다.
리스본에서 찍은 벽화를 보고 최근 읽은 소설 두 편을 생각했습니다. AI를 포함한 첨단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잊고 지내던 불완전함, 고통, 유대감 같은 인간 본연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거울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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