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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판부는 장애인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을 다르게 해석할까

김민혁 기자 | 입력 : 2026-02-13 10:46

사진=박은석 변호사
사진=박은석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사회적 약자를 향한 성적 가해 행위는 우리 사법 체계가 가장 엄중히 다루는 영역 중 하나이다. 실제로 장애인성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일반 성범죄보다 현저히 높은 법정형이 책정되어 있다. 피해자의 인지적·신체적 취약성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려는 입법자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장애인성범죄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얼마나 명확하고 구체적인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장애인의 특수성을 간과한 비장애인 중심적 사고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인지 장애나 지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위력에 압도당하거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단순히 강력하고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들이 등장해 사회적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최근 판례의 흐름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재판부는 이제 피해자가 명시적인 거부를 하지 않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성적 행위에 나아갔다면 그 자체로 위력에 의한 추행 혹은 장애인성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다. 피해자의 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해자의 주관적 변명보다는 피해자가 처했던 객관적 환경과 장애 정도에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피해자의 진술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수원, 창원, 청주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재직한 로엘 법무법인 박은석 파트너 변호사는 “장애인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 재판부는 진술의 지엽적인 요소보다는 핵심적인 맥락이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두고 판단한다. 인지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경우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이 파편적일 수 있음을 재판부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범죄 사건보다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을 더욱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성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엄격히 규율된다. 장애인 대상 강간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을 만큼 법정형의 하한선이 높게 설정되어 있다.

또한 유죄 판결 시 뒤따르는 부수 처분은 사회적 격리에 가까운 수준이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은 물론, 재범 위험성이 인정될 경우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병과된다. 이러한 엄벌주의 기조는 장애인 대상 범죄가 개인의 인격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것이다.

박은석 파트너 변호사는 “장애인성범죄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며 피해자에게 일률적으로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만큼 다른 사안에 비해 엄격한 입증 책임이 요구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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