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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코일존 있어도 못 쓴다…법 시행 앞둔 공공시설 청취 환경 '심각'

김민혁 기자 | 입력 : 2026-03-18 16:08

한국난청인교육협회, 체험크루 현장 점검 결과 공개…"운영·교육 전면 재정비 필요"

텔레코일존 있어도 못 쓴다…법 시행 앞둔 공공시설 청취 환경 '심각'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오는 2026년 11월 청취보조장비 의무설치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공공시설 현장의 대비가 여전히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난청인교육협회(이사장 유영설, 이하 '한난협')는 '텔레코일존 체험크루' 활동 결과를 공개하고, 제도 정착을 위한 현장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난협의 체험크루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 시민이 짝을 이뤄 민원실, 공연장, 복지관, 버스정류장 등 각종 다중이용시설을 직접 방문하고 텔레코일존 설치 현황과 실제 작동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현장 점검 결과는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시설 표지에는 텔레코일존이 설치된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시범사업이 끝나면서 장비 운영이 중단된 곳이 있었다. 정상 가동 중인 시설에서도 안내판이 없거나 직원이 장비 사용법을 몰라 정작 필요한 이용자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직접 체험에 나섰던 김재덕(가명, 대구 거주 청각장애인) 씨는 "장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 방법이 없었고, 직원들도 사용법을 몰라 결국 필담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며 "제도만 만들고 운영 기반이 없으면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난협이 이번 점검에서 꼽은 주요 문제는 △낮은 설치율 △특정 공간 편중 △이용 안내 부실 △직원 교육 공백 △정기 점검·유지관리 미비 등이다. 공연장, 강의실, 대규모 민원창구, 교통시설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에서 음성 전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청각장애인의 공공서비스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판단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2026년 11월부터 청취보조장비 설치가 의무화되지만, 현장 준비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법 시행 이후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치 의무를 지는 공공시설과 다중이용시설은 법 적용 시점부터 장비를 갖춰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설치 기준 이해 부족, 예산 편성 지연, 교육 미비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기간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텔레코일존 있어도 못 쓴다…법 시행 앞둔 공공시설 청취 환경 '심각'

한국장총 권재현 사무차장은 "청취보조장비 의무화는 장비 설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청각장애인이 공공정보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시설 안내 표준화, 직원 대상 교육 의무화, 지속적인 유지관리 체계 구축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이뤄져야 실효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한난협은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향해 △청취보조장비 설치 범위 확대 △운영 매뉴얼 정비 △정기 점검 의무화 △이용 실태 정기 조사 △예산 조기 확보 등을 정책 과제로 제안할 방침이다. 체험크루 활동도 전국으로 확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제안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유영설 이사장은 "청각장애인이 공공서비스 이용 중 겪는 어려움은 드러나지 않는 장벽 그 자체"라며 "법 시행 전까지 실질적인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한 번의 사회적 소외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라 난청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을 들어, 청취 접근성 문제는 장애인만의 이슈가 아닌 사회 전반의 과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시민 참여형 현장 점검 모델이 정책 변화와 사회 인식 전환을 이끄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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