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카카오뱅크가 '국민 은행'의 지위를 넘어 인공지능(AI) 비서가 금융 전 과정을 주도하고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커넥터'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90%에 달하는 2700만 고객을 확보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돈을 모으는 수신 기능을 넘어 결제와 투자라는 금융의 본질적 영역에서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는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2026 프레스톡'을 열고 AI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양 날개로 한 미래 성장 전략을 공개하며, 'AI 네이티브 뱅크(Native Bank)'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제 카카오뱅크는 고객의 돈을 보내고 모으는 수신 편의를 넘어, 더 잘 쓰고 똑똑하게 굴리는 혁신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금융의 복잡성을 해결할 열쇠로 'AI 네이티브'를 제시했다. 수많은 기능이 담긴 기존 '슈퍼 앱'들이 오히려 고객에게 선택의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표는 "금융의 궁극적인 역할은 고객의 니즈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라며 "복잡한 메뉴를 찾을 필요 없이 익숙한 대화 방식으로 요청하면 AI가 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가장 필요한 기능을 제안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객이 메뉴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도구형 앱에서 벗어나, AI가 먼저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비서형 금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는 2700만 고객의 독점적인 '앱 온리(App-only)' 데이터와 '금융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을 결합,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초개인화 AI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먼저, 3분기 선보이는 '결제홈'에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맞춤형 금융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능을 적용해 'AI가 관리해주는 소비'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투자탭에도 고객의 투자 경험을 돕는 AI 기반의 투자 에이전트를 적용한다.
나아가 서비스 전반으로 AI 적용을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고객이 직접 찾아서 사용하는 '도구'가 아닌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금융 '비서'인 AI 네이티브 뱅크로 진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영역의 공격적인 확장도 예고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카카오뱅크는 강력한 혜택을 담은 신규 카드 상품들을 연이어 출시한다. 특히 흩어진 결제 정보를 모아 한눈에 보여주는 '결제 홈'을 통해 고객이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혜택을 챙겨주고 지출을 점검해 주는 '관리받는 소비'를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고객 평생 자금을 책임질 수 있는 퇴직연금 시장 진출도 공식화했다.
윤 대표는 "어렵고 복잡했던 기존의 연금 관리를 카카오뱅크만의 압도적인 편의성으로 혁신하겠다"며 "고객의 가장 효과적인 노후 준비를 돕는 든든한 금융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행보 역시 구체화 됐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이어 세 번째 진출 국가로 몽골을 확정지었다.
윤 대표는 "몽골 진출은 단순한 기술이나 금융 혁신을 넘어, 카카오뱅크가 한국에서 증명해 온 포용금융 역량을 세계로 수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들을 위해 고도화해 온 대안신용평가모형(CSS)을 현지 금융기관에 이식해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태국 가상은행 합작법인 '뱅크X' 등 카카오뱅크와 함께 해외에서 모바일 금융의 역사를 개척하고 있는 글로벌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해 카카오뱅크와의 협업 성과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카카오뱅크의 첫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슈퍼뱅크'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현지 시가총액 1위 디지털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티고르 M. 시아한(Tigor M.Siahaan)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CEO./신용승 기자
티고르 M. 시아한(Tigor M.Siahaan) 슈퍼뱅크 CEO는 발표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디지털뱅킹 노하우가 슈퍼뱅크 앱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소개하며,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은 단순한 투자지원이 아니라, 디지털 뱅킹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모든 은행 산업에 의미있는 혁신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의 SCBX 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뱅크X'를 통해 내년 상반기 가상은행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뿐나맛 위찟끌루왕싸(Punnamas Vichitkulwongsa) 태국 뱅크X CEO./신용승 기자
뿐나맛 위찟끌루왕싸(Punnamas Vichitkulwongsa) 뱅크X CEO는 "SCBX는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최고 수준의 디지털 뱅킹 역량에 주목해 파트너십을 제안했다"며 "카카오뱅크의 기술을 접목해 태국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화된 AI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카카오뱅크는 '26주적금', '모임통장' 등 국내에서 성공한 시그니처 상품과 서비스의 이식을 넘어 뱅크X의 모바일 앱 개발 전반을 주도하며 독자적인 글로벌 사업 역량을 축적할 계획이다.
미래 금융 인프라 선점을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윤 대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어디서든 저렴하게 실시간으로 돈이 오가는 미래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시도"라고 정의했다.
그는 해외 결제와 송금에서 혁신이 가장 먼저 구현 될 것이고, 카카오톡이라는 대국민 서비스와 결합해 편리하고 쉬운 사용성을 제시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전 세계의 고객과 자산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커넥터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구상이다.
(왼쪽부터)고르 M. 시아한(Tigor M.Siahaan)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CEO,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뿐나맛 위찟끌루왕싸(Punnamas Vichitkulwongsa) 태국 뱅크X CEO./신용승 기자
끝으로 윤 대표는 "국가로부터 받은 인터넷 은행 라이선스에 대한 보답은 우리의 모바일 금융 역량을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혁신의 메기가 되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며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카카오뱅크의 역량을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기술로 모두에게 최적화된 금융 기술을 제공하고 대한민국 5000만 국민과 2000만 외국인을 넘어 전 세계로 무대를 확장하는 것이 카카오뱅크가 새로 써 내려갈 금융의 혁신의 역사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