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연상호 감독의 영화 ‘군체’가 올해 개봉작 중 가장 압도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며 누적 관객 수 500만 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군체’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0만 105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521만 2823명이다.
이로써 ‘군체’는 올해 개봉작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로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또한 올해 개봉작 흥행 순위 2위에 오르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메가 히트작에서 관객들의 숨통을 쥐고 흔든 일등 공신은 단연 지창욱이다. 지창욱은 극 중 봉쇄된 빌딩의 보안팀 최현석으로 분해 생존자 무리의 선봉에 섰다.
그는 건물 구조를 활용해 기민하게 이동 경로를 제시하며 위기를 헤쳐 나가는 동시에, 하반신 장애를 가진 누나 최현희(김신록 분)를 향한 처절한 사투로 묵직한 감정선을 스크린에 새겼다.
지창욱이 온몸으로 완성해 낸 최현석의 서사는 관객들을 완벽히 매료시키며 ‘군체’의 흥행 돌풍을 이끌어냈다.
# 신파 지운 자리에 들어선 직관적 서사, 생존자 이끌고 옥상으로 향하는 선봉장
‘군체’에 담겨있는 재난 타임라인에서 최현석은 생존자 무리의 가장 선두에 선다. 권세정(전지현 분)과 함께 구조대가 있는 빌딩의 옥상으로 향하는 험난한 여정에서도 언제나 먼저 몸을 던져 길을 개척하는 ‘선봉장’ 역할을 자처한다. 극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감염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때도 가장 위험한 곳에는 최현석이 서 있었다.
연상호 감독이 제작보고회를 통해 “이번 영화는 신파적인 분위기를 가지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캐릭터 서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영화 자체가 캐릭터 플레이다”라고 밝혔듯, 최현석을 움직이는 동력은 지극히 직관적이고 강력하다. 바로 하반신 장애를 가진 누나 최현희를 반드시 살려 이 지옥을 나가겠다는 것. 구구절절한 사연을 읊조리는 대신 누나를 지키겠다는 날 선 눈빛으로 매 순간 사투를 벌이는 지창욱의 연기는 빌딩이라는 폐쇄된 공간의 밀실 공포와 장르적 긴장감을 완성하는 강력한 동력이 됐다.
# 지창욱이 완성한 최현석: 외면의 견고함과 내면의 인간적인 독기
스크린 속 최현석이 이토록 생생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배우 지창욱이 지닌 독보적인 연기 스펙트럼 덕분이다. 그간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수려한 비주얼과 세련된 액션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창욱의 진짜 진가는 캐릭터가 바닥까지 구르는 극한의 결핍과 처절함을 만났을 때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군체’의 최현석은 결코 무적의 영웅이 아니다. 빌런 서영철(구교환 분)의 변칙적이고 광기 어린 방해 공작과 몰아치는 위협 앞에서 그 역시 사지가 떨리는 공포를 느끼는 나약한 인간이다. 지창욱은 이 지점에서 인물이 느끼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날 것 그대로의 연기로 스크린에 펼쳐낸다. 위기에서 벗어나려 내지르는 비명, 땀과 피로 뒤범벅되어 일그러진 얼굴, 독기로 충혈된 눈빛은 오직 살아서 나가겠다는 생존자 최현석 그 자체를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외면의 탄탄한 신체조건과 내면의 인간적인 유약함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독보적인 캐릭터 성취다.
#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서사를 완성한 지창욱의 육탄전
지창욱이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기존의 스타일리시하고 계산된 액션과는 궤를 달리한다. 멋지게 타격을 주고받는 형태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집기를 닥치는 대로 휘두르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생존형 육탄전’에 가깝기 때문이다.
촬영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리얼한 연기를 펼친 지창욱은 누군가를 보호하고 밀려드는 위협을 온 힘으로 막아설 때 근육의 떨림과 핏대까지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냈다. 그의 이러한 육체적 소모는 영화의 사실감을 지탱하는 거대한 주춧돌이 되었다.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재난 현장을 함께 버티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자신의 온몸을 던져 영화의 서사를 완성해낸 것이다.
# 중심 잡는 지창욱, 영화의 완성도 높인 완급조절의 미학
‘군체’는 시종일관 숨 막히는 긴장감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장르적 특성 가운데 지창욱은 서사의 중심을 잡으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거칠게 질주하는 이야기 속에서 그가 보여준 유연한 완급조절은 영화가 단순한 재난물을 넘어 플롯의 묵직함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권세정의 정적인 에너지와 통제 불능의 광기를 뿜어내는 서영철의 동적인 에너지 사이에서 지창욱은 관객이 가장 이입하기 쉬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당했다. 극단적인 상황과 인물들이 부딪치며 발생하는 날 선 텐션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동시에,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주는 연기적 유연함으로 안정감을 더했다.
# 눈빛과 호흡으로 꽉 채운 서사, 지창욱의 새로운 필모그래피 정점
지창욱은 방대한 대사 대신 찰나의 눈빛과 거친 호흡, 밀도 높은 몸짓만으로 관객을 납득시키는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후반부, 상대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여러 감정을 담은 충혈된 눈빛은 독보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며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재난의 공포를 압도하는 독기, 그리고 가족이라는 유일한 동력을 향한 처절한 서사가 지창욱의 눈빛을 통해 스크린에 투영된 결과다.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 역시 지창욱을 향해 "감정선이면 감정선, 액션이면 액션, 못 하는 게 없다. 정말 집요하게 캐릭터를 파고드는 무서운 배우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평가처럼 지창욱은 이번 작품을 통해 특정 장르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극 전체를 안정적으로 견인하는 깊이 있는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500만 관객의 선택을 이끌어내며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지창욱. ‘군체’ 속 최현석으로 분해 보여준 치열한 사투는 향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