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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세상은 과학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6-2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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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도에 비해 완독률은 그렇게 높지 않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특히 전반부가 좀 지루하게 전개됩니다. 사자가 먹고 남은 고기를 하이에나가 발라 먹고 거기서 남은 찌꺼기와 골수를 먹어야 할 만큼 인간은 생태계에서 낮은 지위였습니다. 그런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인지혁명’과 그후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완성됐다는 얘기를 저자는 다양한 논증을 들어 설명합니다.

종교를 위협할 정도로 발달한 과학혁명이 무르익은 요즘은 정확하고 논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사람들이 믿습니다. 숫자로 증명하고 감정변화까지 뇌의 반응을 통해 분석해냅니다. 심지어 사랑까지 측정이 가능한 데이터로 나타내려고 시도합니다. 인공지능은 연인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행간의 뜻을 파악한 다음 관계가 지속될 확률을 계산합니다.
호모사피엔스 이후 인류사가 30만년, 수메르문자 이후 문명사 5천 년까지 인류는 살아온 시간 대부분을 종교나 주술, 상상에 의존했었습니다. 그러다 계몽주의 이후 겨우 300년 동안 과학혁명을 키우고 완성시켜 왔습니다. 그러니 최근 300년은 인류사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찰나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앞의 긴 시간 동안 이성적 사고는 초월과 감성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단계 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과학혁명 이후 지금은 ‘감정적’이라는 말은 비난이나 질책, 부정적인 뜻으로, ‘이성적’이라는 말은 합리적이고 논리적, 긍정적으로 여기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성의 시대’라고 하면서도 중요한 결정들은 아직도 감정적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배우자나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은 늘 비이성적이었습니다. 조건이 좋아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퇴짜를 놓고선 로맨스라고 해명했고, 미디어의 여론몰이에 넘어가 투표하고는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들을 이성에 맡기지 않는 건 사실 좀 놀랍습니다.
성경에 99마리 양을 놓아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동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간은 이런 비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자주 합니다. 99마리를 잃고 한 마리만 데리고 집에 간다 해도 인간은 이런 엔딩이 낭만적이라며, 인간적이라며, 문학상을 받을 만하다고 칭찬할 것입니다. 혹시 그 한 마리가 나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에 감동과 위안을 받는 것일까요. 과학과 이성은 세상을 이해하게 했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건 여전히 상상과 감정인 것 같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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