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된 이후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처분 수위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고 “폭행이면 몇 호인지”, “욕설은 몇 호인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학교폭력 조치는 행위의 종류만으로 기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피해 정도와 지속성, 고의성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서로 다른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규정되어 있다. 흔히 ‘몇 호 처분’이라고 부르는 것은 법에서 정한 가해학생 조치의 순서를 의미한다.
1호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호는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3호는 학교에서의 봉사, 4호는 사회봉사, 5호는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는 출석정지, 7호는 학급교체, 8호는 전학, 9호는 퇴학처분이다. 다만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게는 퇴학처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폭행을 하면 몇 호, 욕설을 하면 몇 호라는 기준이 있을까. 실제 학교폭력처분호수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행위 명칭만 보는 것이 아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사안의 심각성과 지속성, 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당사자 사이의 관계 회복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치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한 차례 몸싸움을 벌인 사건과 여러 달 동안 특정 학생을 반복적으로 폭행한 사건은 같은 ‘폭행’으로 분류되더라도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단체채팅방에서 한 번 부적절한 말을 한 경우와 여러 학생이 장기간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비방을 반복한 경우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학교폭력처분호수를 예상할 때 피해의 정도도 중요한 요소다. 신체적인 상해가 발생했는지뿐 아니라 피해학생이 지속적인 불안이나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겪었는지도 검토될 수 있다. 사이버폭력이나 따돌림처럼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더라도 행위가 장기간 반복되고 피해가 상당하다면 무겁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가해학생의 태도 역시 처분 판단 과정에서 살펴보는 요소다. 다만 단순히 “반성한다”고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낮은 조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 이후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반대로 억울하게 신고됐거나 실제 행동보다 과장된 내용으로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과 내용이 이후 사실관계를 인정한 자료처럼 해석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신고된 행위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실제 있었던 사실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무에서는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SNS 게시물, CCTV, 목격자 진술, 상담기록 등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사건의 일부 장면만 확인하면 실제 경위와 다른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사건 전후의 전체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교폭력 조치는 하나만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여러 조치가 함께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장 높은 번호만 보고 처분의 내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 학생에게 어떤 조치가 내려졌고 각각 어떤 의무가 발생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미 예상보다 무거운 학교폭력처분호수가 결정되었다면 처분 통지서만 확인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어떤 사실과 자료를 근거로 해당 조치가 결정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가 잘못 인정되었거나 처분 과정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학교폭력 처분은 학생의 학교생활과 진학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심의가 열리기 전부터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처분을 낮추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실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학생의 행동과 사건의 경위가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학교폭력처분호수는 “어떤 행동을 했느냐”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피해 정도, 반성 및 관계 회복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학교폭력 신고를 받은 상황이라면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례의 처분 번호만 찾아보기보다 현재 사건에서 어떤 요소가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같은 유형의 학교폭력이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초기 대응에 따라 조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