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종균 기자] 제조업의 AI 전환 속도가 기업의 자본과 인력에 따라 갈리면서 공동 연산자원과 재교육 체계를 공공 인프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조 AI 전환과 현장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조 인공지능 전환 과정의 기업 간 격차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조 AI 전환과 현장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조 AX 양극화와 AI Native Factory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원프레딕트
토론회는 김원이 의원과 최형두 의원이 마련했다.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윤 대표는 국내 제조업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숙련인력 부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 제조업의 추격에 동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설비 투자와 공정 자동화만으로는 생산성과 품질, 안전, 공급망 문제를 함께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조 현장에 쌓인 데이터도 곧바로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데이터가 설비와 공정별로 흩어져 있고 형식도 달라 정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숙련자의 경험과 판단 기준이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는 문제도 짚었다. 인공지능 전문인력과 그래픽처리장치 부족, 불분명한 현장 과제, 투자 효과 검증의 어려움도 기업 간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윤 대표는 "제조 AI는 기술을 개발해 공급한다고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기술이 아니다"라며 "데이터와 GPU, 전문인력, 실증 환경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가 제조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AI 네이티브 팩토리'를 제시했다.
AI 네이티브 팩토리는 개별 공정에 각각 인공지능 솔루션을 넣는 방식과 다르다. 제조 데이터와 기반 모델, 업무별 인공지능 에이전트, 설비 제어체계를 하나의 운영 구조로 연결한다.
품질과 생산, 정비, 안전, 에너지, 공급망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정보를 주고받는다. 상위 에이전트는 공장 전체 목표에 맞춰 판단과 실행을 조정한다.
윤 대표는 이 구조가 공장이 데이터를 감지하고 상황을 판단한 뒤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는 자율제조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 AX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는 네 가지를 제안했다. 재직자 교육 인프라와 공동 GPU 지원, 숙련공의 암묵지 디지털화, 현장 실증 인프라다.
교육 분야에서는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설비운영 담당자를 대상으로 직무별 재교육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문가와 상시 상담 체계를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연산 기반도 필요하다고 봤다. 산업단지에 공동 GPU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를 만들고 구독형 이용권과 보안형 사내 구축 환경을 함께 제공하자는 내용이다.
숙련공의 현장 경험을 데이터로 남기는 작업도 강조했다. 설비 기록과 영상, 작업 로그 등 비정형 자료를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조 용어와 관계를 표준화하고 데이터 비식별 처리와 접근 권한 관리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가 제조 AI 정책 현황을 설명하며 제조 AI의 현장 확산을 위한 정책 전환 방향과 4대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원프레딕트
정부 지원 방식은 단기 기술검증과 구축 중심에서 실제 운영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증된 솔루션의 구독료와 클라우드 이용료, 유지보수비를 여러 해 지원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생산성 향상이나 불량률 개선이 확인되면 다른 생산라인과 공장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연계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윤 대표는 "제조 AI 경쟁력은 일부 선도기업이 얼마나 앞서가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중소·중견기업도 전문인력과 연산자원, 제조 데이터, 실증 환경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 AI 정책은 개별 기업의 기술 도입을 돕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며 "교육과 연산·데이터, 현장 실증을 아우르는 공공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