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늦은 밤 술자리를 마친 뒤 지인의 집이나 숙박업소로 함께 이동했다가 이후 발생한 신체 접촉이 문제되어 유사강간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겉으로는 자연스러운 귀가나 추가 대화 과정처럼 보이지만, 이후 당사자 간 기억과 해석이 엇갈리면서 형사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황을 보면, 오랜 지인 관계인 A씨와 B씨가 술자리를 마친 뒤 다른 일행과 헤어진 후 둘만 남아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함께 택시를 타고 A씨의 집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후 집 안에서 추가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중 신체 접촉이 발생하는데, A씨는 당시 분위기상 자연스럽게 합의된 행동이었다고 인식하는 반면, B씨는 이후 거부 의사를 무시한 강제적 유사성행위였다며 고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A씨는 유사강간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러한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함께 이동했다는 사실이 곧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는가’이다.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함께 귀가하거나 주거지에 들어간 사실만으로 이후 모든 신체 접촉에 대한 포괄적 동의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유사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특정 형태의 삽입행위를 한 경우 성립하며, 중한 범죄로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사적 공간에서의 친밀한 분위기만으로 동의가 추정되지는 않는다.
특히 피해자가 당시 만취 상태이거나 잠이 들어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수사기관은 준유사강간 성립 여부까지 함께 검토한다. 이 경우에는 피해자가 동의 여부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었는지,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결국 사건의 핵심은 이동 경로가 아니라 신체 접촉이 시작된 순간의 구체적 정황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집으로 이동하게 된 경위뿐 아니라 접촉이 시작된 시점, 상대방의 반응, 거부 의사 표현 여부, 접촉 중단 여부 등이 세밀하게 조사된다. 택시 이용 내역이나 건물 CCTV 등으로 귀가 사실은 확인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집 안에서의 모든 행위가 합의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판단은 집 안에서의 대화, 행동, 분위기 변화에 더 크게 좌우된다.
또한 사건 전후 메시지, 통화 내용, 술자리 발언, 결제 기록, 귀가 동선 등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사건 이후 사과나 항의, 연락 방식 역시 전체 경위를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친분 관계인지, 갈등 이후 고소로 이어진 것인지에 따라 사건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체 접촉이 어떤 흐름으로 시작됐는지, 상대방의 반응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중단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기억이 불완전할 수 있어 추측이나 재구성된 진술은 객관적 자료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수사 초기에는 메시지 삭제나 상대방과의 직접 접촉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단순한 해명 의도라도 회유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술을 마시고 이동한 사실과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는 전혀 다른 문제다. 유사강간 혐의는 이동 경위보다 접촉 전후의 객관적 정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성범죄 전문변호사와 함께 조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