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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메이드 바이 인간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8-25 06:44

구글 이미지 캡쳐
구글 이미지 캡쳐
사람이 손으로 빚은 도자기는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미세한 굴곡과 찌그러진 부분이 있습니다.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수제 가죽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느질 간격을 기계처럼 완벽하게 맞추지 못합니다. 공산품이라면 명백한 결함이나 불량품일 수 있습니다. 일률적이고 개성 없는 제품들의 홍수 속에서 이런 불완전함은 오히려 ‘수제(사람의 손길)’라는 걸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콘텐츠 시장에서 이런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I는 순식간에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음악과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하지만 고만고만한 인공지능 생성물이 넘쳐납니다. 이른바 AI슬롭(질 낮은 컨텐츠)입니다. 한 출판사는 ‘딸깍출판’으로 1년 동안 단행본 9천 권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AI가 생산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도구까지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작가조합(유니온)은 사람이 썼다는 의미로 ‘인간작가(Human Authored’ 로고를 도입했습니다. ‘Not by AI’ 표시도 만들었습니다. 제품의 완벽함보다 사람의 감정과 경험, 개성을 더 가치 있게 보는 ‘메이드 바이 휴먼(Made by Human)’이 등장한 것입니다. 컨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손길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100% 인간 제작’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람이 컴퓨터로 글을 쓰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순간 이미 수많은 데이터의 개입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AI로 자료를 찾거나 초안을 다듬었다면 인간의 창작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가 인간의 창작이고 어디서부터 AI의 생성물인지 경계도 모호합니다.

AI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대안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했고 무엇을 수정했는지 제작 이력을 남기는 컨텐츠에 대한 ‘원산지 증명’을 해야 할 판입니다. 또 석박사 논문처럼 활용한 AI 마다 일일이 각주를 달아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뭐가 됐든 원천적으로 AI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100% 순결성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 전 TV 대담 프로에서 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겐 있는데 AI에는 없는 게 ‘망설임’이라고 대답해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합리와 효율을 따지고 비록 틀릴지언정 AI는 곧바로 답을 내놓습니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림, 망설임, 이상함 같은 것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새로운 가치가 될 지도 모릅니다.

AI를 이용하되 생각과 판단, 결정까지 맡겨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이것까지 AI에게 ‘외주’를 준다면 인간은 진짜로 할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메이드 바이 휴먼’은 AI를 배척하는 말이라기보다 기술과 공존하는 휴머니티를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보는 게 타당할 듯싶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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