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연애와 결혼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아지는 ‘데이트 불황(Dating Recession)’ 현상이 미국과 한국의 청년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부담과 관계 형성에 대한 심리적 피로에 더해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의 정보를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도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가족연구소(Institute for Family Studies)와 브리검영대학교 산하 휘틀리 연구소(Wheatley Institute)가 2026년 발표한 ‘State of Our Unions 2026: The Dating Recession’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22~35세 미혼 청년 5,275명 가운데 51%는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연애 의향과 행동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데이트 빈도 역시 낮았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데이트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31%였으며 남성은 36%, 여성은 26%로 집계됐다. 최근 1년간 데이트 경험이 없거나 몇 차례에 그쳤다는 응답은 여성 74%, 남성 64%였다.
이는 청년층이 진지한 관계 자체를 원하지 않아서 나타난 현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데이트 목적에 대해 여성의 83%, 남성의 74%가 ‘진지한 관계 형성’을 선택했으며, 정서적 유대감을 원한다는 응답도 여성 83%, 남성 76%로 높았다.
반면 장기적인 관계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가벼운 관계에 대한 선호보다 실제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데이트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경제적 부담이 52%로 가장 높았다. 자신감 부족이 49%, 과거의 좋지 않은 연애 경험이 48%로 뒤를 이었다.
관심 있는 이성에게 먼저 다가갈 자신이 있다고 답한 비율 역시 남성 29%, 여성 21%에 머물렀다. 상대방을 만나기 전부터 비용과 거절 가능성,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조사에서도 비슷한 간극이 확인됐다.
2024년 한화손해보험 라이프플러스 펨테크연구소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수도권 미혼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4.2%였다. 그러나 향후 연애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남성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가 41.2%로 가장 높았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가 36.7%로 뒤를 이었다.
여성은 ‘혼자 있는 것이 편해서’가 39.1%, ‘이성과 관계 맺는 게 불편하고 감정 소비하기 싫어서’가 31.6%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한 의향도 비교적 높았다. 남성의 79%, 여성의 63%가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현재 연애 중인 응답자의 결혼 의향은 85%로 비연애 집단보다 약 26%포인트 높았다.
출산을 계획한다는 비율도 연애 중인 응답자가 67%로 비연애자보다 약 1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연애 여부가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와도 일정 부분 연결되는 양상이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상대방의 정보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도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제 모습이나 조건을 완전히 허위로 꾸미지는 않지만 사진이나 나이, 키, 직업 등을 일부 과장하는 ‘키튼피싱(Kittenfishing)’이다.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캣피싱(Catfishing)’과 달리 키튼피싱은 실제 정보를 기반으로 일부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온라인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이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프로필 정보의 진위를 직접 판단해야 한다는 부담이 추가되면서 새로운 관계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관계자는 “국내외 조사에서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청년층이 연애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기보다 경제적 부담과 관계 형성 과정에서의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만남의 기회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