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황상욱 기자]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통계 브리프에 따르면 40~59세 ‘쉬었음’ 인구는 2010년 52만9000명에서 지난해 67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동시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는 중년의 비경제활동을 단순히 개인의 의욕이나 능력 부족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얼마전 남인숙 작가님의 ‘쉬는중년’에 대한 글을 읽고 크게 공감했다. 기술과 전문성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탑제한 시니어들이 그져 사회적 기준의 나이정년에 한계에서 고통받는 작금의 노동환경에 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한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법정 정년과 실제 주된 일자리 퇴직 시점 사이의 간극이다. 법적으로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제로 많은 근로자는 그보다 훨씬 이른 50대 초중반에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다. 반면 국민연금의 정상적인 수급연령은 점차 늦어지고 있다. 결국 50대 초반에 직장을 떠난 사람이 연금 수급까지 10년 안팎의 소득 공백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기간을 채울 마땅한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실업이 아니다. 숙련과 경험의 손실이다. 50대 근로자는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축적한 업무 노하우와 조직관리 능력, 거래처 네트워크, 문제 해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순간 그 경험을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개인은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고,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잃으며, 국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인빈곤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제 ‘쉬었음 중년’을 바라보는 정책의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청년의 쉬었음이 미래 노동력의 이탈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면, 중년의 쉬었음은 이미 상당한 숙련과 경험을 갖춘 노동력의 구조적 이탈이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먼저, 정년 이전 퇴직을 줄이고 계속고용을 제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방식만으로는 기업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직무와 생산성에 맞춰 임금체계를 조정하고, 일정 연령 이후에는 근로시간과 직무를 탄력적으로 설계하는 방식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 재취업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중장년 일자리 정책은 자격증 교육이나 단순 직업훈련에 지나치게 집중해왔다. 그러나 20~30년간 특정 분야에서 일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자격증이 아니라 자신의 경력을 새로운 직무로 전환할 수 있는 경력설계다. 생산관리자는 중소기업의 현장관리 컨설턴트가 될 수 있고, 영업관리자는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의 영업·판로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다. 회계·인사·마케팅 경험 역시 시간제 자문이나 프로젝트형 업무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중장년의 경력을 데이터화하고 기업과 연결하는 ‘중장년 경력전환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해왔는가’를 기준으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한편으로 중장년의 창업지원제도의 개선이다. 중장년의 창업과 소규모 사업 진입 역시 보다 정교하게 지원해야 한다.
과거처럼 퇴직금으로 음식점이나 치킨집을 차리는 방식은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기존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소규모 컨설팅, 교육, 기술서비스, 온라인 사업, 지역 기반 서비스 등으로 연결하는 경력 기반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 역시 중장년 인력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비용이 높은 인력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와 역할 재설계를 통해 숙련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다. ‘쉬었음’이라는 통계적 표현은 사람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그 안에는 일할 의지가 없었던 사람보다 수십 년 동안 일하다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을 게으른 사람이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순간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4050은 보호해야 할 약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미 투자한 가장 중요한 인적자산이다. 저출생으로 청년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중장년층을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국가적 자원 낭비다. 더구나 이들이 충분한 노후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채 연금 수급 전 장기간 소득 공백을 겪는다면, 현재의 ‘쉬었음 중년’ 문제는 미래의 노인빈곤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이들은 일을 하지 않는가’가 아니라 ‘왜 일할 능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4050의 문제는 곧 우리의 연금 문제이고, 노인빈곤 문제이며,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다. 지금 ‘쉬었음’이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중년의 노동력을 다시 시장으로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인구감소 시대에 우리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일자리 정책이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건국대 시니어산업대학원 교수, (사)한국동행서비스협회장으로서 다양한 정책개발에 참여하며 한국소기업소상공인 연합회 부회장과 창업포럼 대표로 소상공인분야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