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임시주주총회의 최대 승부처였던 분리선임 감사위원 선출 표대결에서 MBK·영풍에 '압승'했다. 외국인과 외국기관, 개인 등 일반주주들이 몰표를 던지며 현 경영진의 경영 성과와 중장기 성장전략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새로운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백 후보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81.8%의 찬성을 얻었다. 반면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에 대한 찬성률은 27.9%에 그쳤다.
특히 외국인과 개인 등 일반주주들의 표심은 백 후보에 사실상 몰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과 외국기관의 백 후보 지지율은 98.3%에 달했다. 국내 개인주주는 79.1%가 백 후보를 지지했으며, 각 후보에게 의결권을 절반씩 행사한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의 지지율도 86.9%였다. 반면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국내 개인 20.9%,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 13.1%에 그쳤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은 이번 임시주총의 핵심 안건으로 꼽혀 왔다. 일반 독립이사 선임은 양측이 후보를 2명씩 추천함에 따라 4명 모두 선임되는 구도였지만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양측이 추천한 후보 중 한 명만 선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3% 룰’에 따라 선임되는 만큼 일반주주의 선택이 중요했다.
전문기관들의 평가도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의 '판정승' 이었다. ISS,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의결권자문사 9곳 중 8곳이 백 후보의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들은 백 후보가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딜로이트그룹에서 28년간 재직하며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등의 경험을 쌓은 점 등 전문성 측면에서 백 후보를 높게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이 쌓아 온 경영 성과의 신뢰를 압승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2년째 이어진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친화적 행보도 지속 중이다. 장기화된 분쟁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이 주주들의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과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위시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등 중장기 성장 전략도 주요한 지지 배경으로 꼽힌다. 현 경영진이 제련 기술과 운영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내 회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주주들이 이를 일관되게 실행할 경영 연속성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런 분석을 내놓으면서 현 경영진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ISS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MBK·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도 105분기 연속 흑자 달성 등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 등 중장기 전략의 성공적 추진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도 백 후보 선임이 적합하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MBK·영풍이 꾸준히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등을 문제삼으며 공격하고 있지만, 결국 기업은 실적으로 증명하고 비전으로 설득하는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의 행보를 꾸준히 노력해 온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번 주주총회에서의 '표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