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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생일펀딩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9-17 08:10

출처=틴매일경제
출처=틴매일경제
“저에게 생일선물을 주고 싶다면 펀딩에 참여해 주세요.”

생일을 앞두고 받고 싶은 선물과 가격을 지인들에게 미리 공개하는 MZ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인들은 각자 형편에 맞게 금액을 보태고 목표액이 채워지면 펀딩이 완성됩니다. 이른바 ‘생일펀딩’입니다. 최근 20~30대 사이에 유행하는 ‘생일펀딩’은 생일자가 원하는 품목과 목표금액을 정해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로 공유하면 친구들은 부담 없는 액수만큼 참여합니다. 돈이 모이면 해당 물건을 사거나 모자라는 금액은 생일자가 보태 구매를 마무리하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선물을 고르는 선택권과 비용부담이 분리된다는 점입니다. 선물을 준비하느라 고민할 필요 없이 만원이든 삼만원이든 형편에 맞춰 이름을 올리면 됩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원하지 않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받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주는 사람도 선물을 고르는 수고와 금액에 대한 눈치를 덜 수 있어 받는 쪽이나 주는 쪽 모두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게 ‘카카오톡 선물하기’입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담아 두는 ‘위시리스트’를 제공하고 선물하는 사람은 상대가 공개한 위시리스트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밝히는 솔직한 욕심(?)이 ‘생일펀딩’으로 한 단계 진화한 셈입니다.

생일펀딩의 중요한 변화는 돈을 모으는 방식도 있지만 선물의 결정권이 주는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옮겨갔다는 점입니다. 상대의 취향과 선호를 짐작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선물의 일부였다면 이제는 받는 사람의 희망을 미리 확인하는 기능이 선물서비스의 기본이 된 것입니다.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여 여부와 금액을 각자 정하도록 한다지만 선물을 직접 지정하고 돈을 받는 방식은 마음은 없고 돈만 주고받는, 너무 자본주의적이라는 겁니다. 받을 사람의 필요와 취향, 지금 처한 상황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더하고 또 받는 사람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을 때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을 맛볼 기회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그러니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도 없고, 선물을 준 사람도 기억나지 않을 테니 선물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지요.

‘생일펀딩’이 대세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선물의 기준이 마음에서 돈으로, 정성에서 실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MZ들이 관계를 맺고 지켜가는 방식이 공정과 실용, 정의에 기반하다 보니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또 보기에 따라서는 축하하는 방법이 한 가지 더 늘어난 셈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좀…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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