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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슬픈 가을모기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9-16 06:51

자료 출처=중앙일보
자료 출처=중앙일보
도저히 사그라들 것 같지 않던 유난했던 여름 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시원해서 좋긴 한데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폭염이 한창일 때 숨죽이고 있던 모기가 입추(立秋)가 지나고 더위가 한풀 꺾이자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모기 유충이 사는 물웅덩이가 폭염과 적은 강수량으로 빠르게 말라버려 여름에는 알이 부화하지 못한 데다가 기온이 35도가 넘으면 활동성이 떨어지는 모기의 특성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인 활동시기가 여름에서 가을로 밀린 탓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상 패턴을 고려하면 11월 초까지 모기가 활동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국내 한 출판사 부장님이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 메일’이 생각납니다.

“안녕하세요.

퇴근하실 때 창문을 꼭 닫고 가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요새 날이 추워서 모기가 기를 쓰고 들어옵니다.

가을 모기가 슬프다고 했던 다자이 오사무는

제대로 물려본 적이 없는 게 틀림없습니다.

부디 꼭 닫고 가주세요.”

세계문학전집으로 유명한 출판사의 부장님답습니다. 가을 모기가 극성이라며 퇴근할 때 창문을 닫으라는 당부에 다자이 오사무를 끌어들였습니다. 《인간실격》으로 국내에도 엄청난 팬을 가진 다자이 오사무는 동 소설에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는 자전적 고백을 남기고 38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가을모기’가 등장하는 다자이 오자무의 초기 작품 《잎(葉)》은 소설이라기보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화자의 고백과 독백, 파편화된 기억이 엉켜 있는 단장(斷章) 모음집에 가깝습니다. 작품 속 모기는 가을까지 살아 남아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연민 어린 시선을 받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가을까지 살아남은 모기는 슬픈 모기다. 가여우니까 모깃불을 피우지 말라”는 식의 정서를 공유합니다. 계절을 잘못 만났거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처절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마치 세상에서 소외되고 흠집 난 화자의 인생처럼 쓸쓸한 초상을 상징합니다.

문학 출판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그깟 모기 몇 마리에 담긴 은유와 상징까지 이해해야 “창문 닫고 퇴근하라”는 공지 내용을 알 수 있나 봅니다. 오랜만에 재미있었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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