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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안성시장 “정원을 보러 갔지만 도시의 미래를 봤다”…‘살아가는 정원도시’ 구상

송인호 기자 | 입력 : 2026-09-18 18:43

영국·프랑스 정원정책 현장서 생태·지역재생 해법 모색…생활권 정원도 촘촘히

안성천·금석천·공원·숲·농촌 하나로 연결…‘녹색·생태 네트워크’ 구축 방안 모색

시내 생활권 곳곳 동네숲·빗물정원·그늘쉼터 등 조성…기후위기 대응 기반 강화

정원에 교통·상권·시민참여 정책 접목…“도시 미래 설계하는 종합정책 등” 수립

김보라 안성시장. /페북 캡처
김보라 안성시장. /페북 캡처
안성=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정원을 보러 갔지만,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고 돌아왔습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영국과 프랑스의 정원·도시정책 현장을 둘러본 뒤 안성의 미래 도시구상을 내놨다. 단순히 아름다운 정원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하천과 공원, 숲과 농촌을 하나의 생태축으로 연결하고 도시계획과 교통, 기후대응, 지역경제까지 정원정책에 담겠다는 생각이다.
김 시장은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ESG정원정책포럼과 함께한 영국·프랑스 연수 소회를 전하며 “이번 연수에서 가장 깊이 생각한 것은 ‘예쁜 정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었다”며 “우리가 어떤 도시에서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이 제시한 핵심 방향은 명확하다. 보여주는 정원’에서 ‘살아가는 정원’으로, ‘꾸미는 정원’에서 ‘연결하는 정원’으로, ‘행사 중심의 정원’에서 ‘일상과 지역을 바꾸는 정원’으로의 전환이다.
/페북 캡처
/페북 캡처
◇영국에서 본 ‘지역재생’, 파리에서 찾은 ‘도시의 연결’

김 시장이 영국에서 주목한 것은 자연을 대하는 도시의 방식이었다.

오랜 세월 자연과 사람이 함께 가꿔온 정원에서는 오래된 나무와 숲, 물길과 초지를 최대한 보전하면서 그 사이로 사람의 길을 냈다. 자연을 밀어내고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대신 기존 자연 속으로 시민의 일상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정원이 지역재생의 동력이 된 사례에 주목했다. 한때 낙후됐던 지역이 정원을 매개로 활기를 되찾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정원이 경관 개선을 넘어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고 주민 공동체와 경제를 회복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접근법을 살폈다. 자동차 중심 공간 일부를 사람과 자연에 돌려주고, 차도와 주차공간을 줄인 자리에 나무와 녹지를 조성해 단절된 녹색공간을 연결하는 정책이다.

김 시장은 현지에서 “차도와 주차장을 줄이면 시민 불편과 민원도 상당했을 텐데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현지 관계자는 변화 과정에서 불편이 발생하지만 그 변화를 통해 시민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대목은 김 시장에게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김 시장은 “우리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 민원을 먼저 예상하고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하면서도 “모든 민원을 무시하고 정책을 밀어붙이자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변화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라며 당장의 불편과 미래 세대가 누릴 공공의 이익을 함께 놓고 정책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을 비롯한 ESG정원정책포럼 영국·프랑스 정원정책 국외연수단이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안성시
김보라 안성시장을 비롯한 ESG정원정책포럼 영국·프랑스 정원정책 국외연수단이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안성시
◇“공원 하나 더보다 녹지 연결”…안성형 생태 네트워크 구상

김 시장의 구상은 안성의 구체적인 공간정책으로 이어졌다.

우선 안성천과 금석천을 비롯해 저수지와 호수, 공원과 숲, 농촌 들녘과 마을의 작은 녹지를 각각 분리된 공간이 아닌 하나의 ‘생태·생활권’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하천변 산책로와 자전거길, 공원과 학교 주변 녹지, 마을숲과 농촌길 등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안성 녹색·생태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새로운 대규모 공원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공간의 연결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조했다.

도로와 주차장, 공공청사 주변 자투리 공간과 학교·아파트 담장 주변, 하천변 유휴공간 등을 조사해 작은 녹지와 그늘쉼터, 빗물정원으로 전환하고 시민 누구나 걸어서 5~10분 안에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생활권 정원과 동네숲을 촘촘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도심 열섬현상과 집중호우에 대응하는 정원정책도 제시했다. 보도와 광장, 주차장 일부의 불필요한 포장을 걷어내고 가로수와 그늘목을 확충하는 한편 투수성 포장과 빗물정원을 도입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시장은 이를 단순한 도시 미관 개선이 아닌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응하는 ‘생활형 기후정책’의 영역으로 바라봤다.
/페북 캡처
/페북 캡처
◇안성천·금석천 ‘생태축’으로…“작은 생명까지 함께 사는 도시”

하천 관리에 대한 인식 변화도 주문했다.

안성천과 금석천 주변을 단순한 산책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도시의 주요 생태축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하천변을 일률적으로 깎고 정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간에 따라 초지와 야생화, 수생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은 사람의 이용과 자연의 보전을 조화시키는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기적인 생물종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어떤 생물이 살아가는지 기록하고 그 결과를 정원과 공원 관리에 반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원 관리 역시 모든 공간을 동일하게 ‘깔끔한 상태’로 유지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이용이 많은 공간과 생태적으로 보전해야 하는 공간을 구분하고 화학농약과 제초제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한편 낙엽과 고사목, 야생초 일부도 생태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역 기후와 환경에 적합한 식물을 중심으로 식재해 관리비와 물 사용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강한 녹지체계를 구축하는 방향도 내놨다.
연수단 기념촬영 모습. /페북 캡처
연수단 기념촬영 모습. /페북 캡처
◇정원으로 원도심·전통시장 살린다…지역경제와 연결

김 시장은 정원정책을 지역경제와 지역재생으로 확장하는 구상도 밝혔다.

원도심과 전통시장, 역세권, 농촌마을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원거리를 만들고 지역 상인과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정원 프로그램과 계절 행사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다만 일회성 축제나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원을 지역 상권과 문화·관광·농업에 연결해 지속적인 방문과 체류를 유도해야 실질적인 지역재생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민 참여도 정책의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마을정원과 학교정원, 공동체정원을 확대하고 동네별 정원관리협의체 등을 통해 주민들이 식재부터 관리, 생태 모니터링까지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행정이 시설을 만든 뒤 주민에게 관리를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 기획하는 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나무 몇 그루 심었나보다 시민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중요”

행정 내부의 변화도 예고했다.

김 시장은 정원정책을 특정 부서만의 사업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도시계획과 교통, 하천, 공원녹지, 농업, 환경, 교육, 관광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협업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로 정비나 주요 개발사업에서도 녹지 연결성과 생물다양성, 기후대응 효과를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도시정책의 기준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가’와 같은 단순한 조성 실적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그늘이 생겼는지, 빗물을 얼마나 흡수하는지, 단절됐던 생태공간을 얼마나 연결했는지, 시민의 보행과 휴식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차도나 주차공간을 녹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범사업과 데이터에 기반한 단계적 추진 방안도 제안했다.

특정 구간을 선정해 계절별로 운영한 뒤 보행량과 상권 변화, 주차 수요와 주민 만족도를 조사하고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정책 시행 전후 변화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필요한 경우 대체 주차장과 보행 동선, 교통대책도 함께 제시해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페북 캡처
/페북 캡처
◇“보여주는 정원에서 살아가는 정원으로”

김 시장은 안성의 정원정책이 앞으로 세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정리했다.

첫째는 안성천과 금석천, 공원과 숲, 농촌과 마을을 연결하는 녹색·생태 네트워크 구축, 둘째는 생활권 곳곳에 작은 정원과 동네숲, 빗물정원과 그늘쉼터를 만드는 생활밀착형 녹지 확대, 셋째는 주민과 학교, 상인, 농업인, 시민단체가 함께 만들고 관리하는 참여형 정원도시 조성이다.

해외 사례를 그대로 옮겨오는 방식과도 거리를 뒀다. 영국과 파리에서 확인한 정책적 시사점을 안성의 자연과 역사, 농촌과 도시구조, 시민의 생활방식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것이 김 시장의 구상이다.

김 시장은 "새로운 공원을 많이 만드는 것만이 정원도시의 답은 아니다"며 자동차가 차지했던 공간 일부를 사람에게 돌려주고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리에 흙과 나무를 되돌려주며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는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수에서 얻은 정원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정원에서 살아가는 정원으로, 꾸미는 정원에서 연결하는 정원으로, 행사 중심의 정원에서 일상과 지역을 바꾸는 정원으로’라고 압축했다.

김 시장은 "정원은 특정 부서의 단일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종합정책이어야 한다"며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고 바람과 물이 흐르며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안성이 지향해야 할 모습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그 변화는 거창한 사업 하나에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걷는 길에 나무 한 그루를 더 심고, 불필요한 포장 하나를 걷어내며, 하천변의 작은 생명 하나를 지켜주는 일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인호 기자 sih31@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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