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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누가 진짜 명의인가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9-23 06:57

구글이미지 캡쳐
구글이미지 캡쳐
한나라 말기 《삼국지》에도 등장하는 전설적인 명의 화타가 있습니다. 위나라 사람이지만 촉과 오나라에서도 활약한 것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봐서 당대에 그의 의술은 국경을 초월해 명성을 떨쳤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위나라 임금이 화타를 불러 물었습니다.

“자네 삼형제가 의술이 그렇게 대단하다는데 셋 중에서 누가 가장 뛰어난가?”
“큰형님은 사람의 얼굴빛만 보고도 병이 들 것을 미리 예측해 원인을 없애버립니다. 그래서 환자가 될 사람인데 아파 보기도 전에 치료를 받고 자신이 병에 걸렸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버립니다. 둘째형님은 환자의 병이 시작되면 증상이 미미할 때 치료해 중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둘째형님이 대단한 병을 고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저는 병이 깊어지고 환자가 고통으로 신음할 때에야 비로소 병을 알아보고 맥을 짚고,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큰 병을 고쳤다고 말합니다. 따져 보면 병이 난 줄도 모르게 미리 병의 싹을 잘라내는 큰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병이 커지기 전에 치료하는 둘째형님이 그 다음이고 저는 제일 마지막입니다.”

큰형님의 의술은 오늘날로 치면 예방의학입니다. 예방의학은 병에 걸리거나 다치고 난 뒤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살피고 위험을 줄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웅덩이에 빠져 다쳤습니다. 그러면 빠진 사람을 건지고 다친 부위를 치료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다른 질문도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왜 웅덩이에 빠졌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웅덩이에 빠지지 않을까, 같은. 우리에게 닥친 불행은 개인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힘을 넘어서는 문제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예방은 좀 이상한 일입니다. 잘할수록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타의 큰형님이 그렇게 뛰어난 의사인 줄 몰라봤던 겁니다. 치료를 잘하면 의사가 있고 회복한 환자가 있습니다. 웅덩이에서 건져냈다면 구해낸 사람이 있고 구조된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방이 성공한 곳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없습니다. 지진이 나도 무너지지 않은 집, 홍수가 나도 멀쩡한 둑, 전염병이 돌아도 멀쩡한 사람들처럼 그저 평범한 하루가 있을 뿐입니다.

굳이 따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성과인 셈입니다. 그래서 예방은 소홀히 여기기 쉽습니다.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내다 보면 안전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지금 아무 일도 없고 괜찮은데 무슨 돈을 들이겠다는 거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지금 누리는 안전함이 그동안 준비하고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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