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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캔들’ 지창욱이 만든 새로운 얼굴 조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할”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 | 입력 : 2026-09-28 07:00

[인터뷰] ‘스캔들’ 지창욱이 만든 새로운 얼굴 조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할”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배우 지창욱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창욱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치명적이고 퇴폐적인 얼굴을 선보인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2003년 개봉된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의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로도 유명한 이야기지만, 시리즈로 확장되면서 인물의 서사와 관계성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위험한 관계’라는 고전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에요. 한국에서는 많이 알고 있는 영화로 제작이 된 작품이에요. 이런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는 부담은 없을 수 없죠. 고전이라는 것이 큰 용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극 중 지창욱은 작품 특유의 묵직한 연출 호흡을 배경으로 단순한 쾌락을 넘어 깊은 번민에 빠지는 조원의 이면을 섬세하게 직조해 냈다.
“조원이라는 캐릭터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어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할임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죠. 부담도 부담이지만 감독님과 하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나 했어요. 두 여자를 사랑하는 조원으로 생각했어요. 복합적이고 관계가 흥미로웠죠. ‘어려운 감정을 표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캔들’은 대사와 앵글의 속도를 늦추며 인물들의 미세한 심리를 쫓는 문학적 호흡을 띤다. 지창욱은 이 서정적 여백을 십분 활용해 조원이 겪는 내면의 붕괴를 한층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맹목적으로 복종했던 조씨부인과의 질긴 악연, 그리고 희연에게서 처음 느껴본 낯선 온기 사이에서 처절하게 흔들리는 인물의 정수를 포착했다.

“어렸을 때라면 사랑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그 모호한 감정선을 끄집어낼 수 있는 적절한 나이라 생각했어요.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만 도망치려 하는 양가적인 감정들을 실제 사람의 복잡한 심리와 가장 맞닿게 표현하려 애썼어요.”

[인터뷰] ‘스캔들’ 지창욱이 만든 새로운 얼굴 조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할”

조원의 내밀하고 복잡다단한 심리전이 화면 너머로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었던 데는 정지우 감독의 집요하고 파격적인 연출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인물들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날것 그대로 끌어내기 위한 감독의 방식은 허를 찔렀다.

“감독님이 1회 엔딩 장면을 배우들이 채 친해지기도 전인 첫 촬영 일정으로 곧장 밀어붙였어요. 미묘한 어색함에서 파생되는 날 것의 텐션을 포착하려는 영리한 연출이라고 생각했어요. 테이크를 길게 가져가는 압박감 속에서도, 철저한 계산을 넘어 무의식적인 행동이 튀어나올 때 오히려 짜릿한 쾌감을 느꼈어요. 저는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인데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혼란스럽고 괴로웠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또 재미있었어요. 표현 방식이나 표정을 만났을 때 색다르고 새로웠다. 연출자의 의도 위에서 느껴지는 것을 받았어요.”

날 것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집요한 현장 속에서 동료 배우들과의 연대는 극을 지탱하는 강력한 축이 됐다. 특히 어릴 적부터 우상으로 바라보던 대선배 손예진과의 만남은 그에게 기분 좋은 압박감이자 치열한 자극제였다.

“손예진 선배님과의 작업은 저에게는 꿈같은 작업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온 선배님이고, 같이 작업하는 것에서 부끄럽지 않은 동료, 파트너가 되기 위해 긴장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었어요. 든든한 동료이자 선배님이었죠. 숨 막히는 집중력이 있어요. 뒤로 갈수록 숨 막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걸 잘 표현해 주셨어요. 기둥 같은 역할을 해주셨어요. 중심을 잘 잡아 주셨죠.”

반면 파격적인 서사를 함께 감당해야 했던 나나와의 현장은 치열함 속에서 서로를 다독이는 위안의 연속이었다.

“육체적, 감정적 소모가 큰 베드신 등이 다행히 극 후반부에 배치됐는데, 그전까지 여러 장면을 소화하며 유대감을 단단히 쌓은 덕분에 한결 유연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테이크마다 다르게 연기하며 함께 진짜 감정을 찾아가는 치열한 작업 과정 자체가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됐어요.”

[인터뷰] ‘스캔들’ 지창욱이 만든 새로운 얼굴 조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할”

이들의 끈끈한 교감은 정형화된 로맨스의 틀을 완벽하게 탈피하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정해진 앵글을 극대화하던 기존 로맨스 현장과 달리, 인물 내면의 끈적하고 투박한 본성을 끄집어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모습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배우들 간의 교감을 통해 날것 그대로의 진짜 감정을 좇는 데 온전히 집중했어요.”

작품 안에서 익숙한 로맨스 공식을 내려놓고 날것의 진짜 감정에 집중했던 그의 투혼은 최근 지창욱이 보여준 묵직한 행보와도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최악의 악’, ‘강남 비사이드’,‘조각도시’에서 핏빛 누아르에 몸을 던졌던 그가 치명적인 시대극의 수위 높은 노출신까지 감행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깨부수는 도약의 궤적을 완성한 것이다.

“피지컬을 과시하기 위한 노출이었다면 차라리 바디 프로필을 찍었을 거예요. 박수만 바라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없기에, 넘어지면 아플 걸 알면서도 기꺼이 개인적인 틀을 깨고 인물의 본질에 나를 던졌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는 저만의 명분이 필요해요. ‘내가 이 작품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 이걸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했을 때 그 이유가 있으면 선택해요. ‘스캔들’은 원작에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고, 정지우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은 명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도전한 거예요. 때로는 글, 캐릭터, 내가 부족했던 색깔 등이 이런 명분이 꼭 있었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연기를 좋아하고 작업하는 걸 즐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즐겁고 설레고 욕심이 나서 한창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러다 보면 쉬고 싶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 휴식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만큼 쉬는 날이 없어서 지칠 때도 있는데 아직은 연기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이제 40살이다. 주어지는 캐릭터의 폭이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하진 않을까. 또 주위엔 많은 경쟁자가 있다. 자신의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30대는 수없이 뜨거웠고, 좌절했으며, 40대로 넘어가기 위한 치열한 담금질의 시간이었어요. 과거에는 나를 표현하는 데 결여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내 색깔과 본모습,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밖으로 끄집어내는 훈련을 거치고 있어요.”

트레이드 마크인 눈웃음과 겸손함은 몸에 배어 있지만, 연기 얘기에 눈에 힘을 줄 만큼 일 욕심은 커졌다. 다양한 재주와 끼를 갖추고 있지만, 그에게 있어 연기는 단순히 일의 단계를 넘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듯했다. 지창욱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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