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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캔들’ 손예진이 그리는 욕망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 | 입력 : 2026-10-06 07:00

[인터뷰] ‘스캔들’ 손예진이 그리는 욕망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손예진은 독보적인 여배우다.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한정적인 요즘 원 톱 여주인공으로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는 손예진은 결코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코미디, 멜로, 액션, 스릴러까지 다양성을 존중하는 만큼 그의 작품세계와 필모그래피 역시 흥미롭다.
다채로운 연기력과 시청률 파워까지 입증한 손예진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로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하며, 2003년에는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로도 제작됐다.

“이 이야기는 욕망이 눌러졌어야 하는 그 시대, 개인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시대이지 않나. 특히나 남자가 아닌 여성으로서 억눌린 욕망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살지 못하는 시대였으니까 그 시대에 살아서 시대가 인간에게 가해지는 속박과 제약들을 표현하면 재밌을 거 같았어요.”
손예진은 극 중 금기의 시대에 맞서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는 조씨부인 역을 맡았다. 조씨부인은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과 매력을 지녔지만, 여인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의 현실에 막혀 조윤이라는 이름마저 내려놓은 채 사대부 여인으로 살아가는 인물.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는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어요. 여성이기 때문에 제약돼 있던 것들을 제가 다 이해하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어요. 너무 뛰어난 인물이 자아를 실현하지 못했을 때 그 욕망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감춰져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 인물은 마음속에 다른 감정과 의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를 위하는 척하고, 결국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상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알아내려고 하는 방식도 솔직하다기보다는 꿍꿍이가 많은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인터뷰] ‘스캔들’ 손예진이 그리는 욕망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조씨부인은 단면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캐릭터다. 냉소적인 면모부터 정숙함, 그 뒤에 숨겨진 자아실현의 욕망과 질투까지 다채로운 레이어를 그려내야 했다.

“말과 표정, 행동이 매 순간 달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어요. 과하면 이상해질 수 있어 디테일한 표정과 말투 하나까지 한 장면 한 장면 깊이 고민하며 촬영했어요. 대사가 길고 중간중간 대놓고 표현할 수 없는 디테일한 호흡이나 표정, 눈짓이 필요한 장면이 많았어요. 한 번에 길게 가는 것이 감정의 흐름에는 좋았지만, 진이 정말 많이 빠졌어요.”

조씨부인은 정숙한 얼굴 뒤로 욕망을 감추고,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나눈 조원에게 위험한 내기를 제안한다. 손예진은 조원과의 관계 역시 단순한 사랑으로 보지는 않았다.

"감독님과도 계속 ‘이게 사랑이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어느 순간에는 조윤이 가진 감정이 애증이자 복수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원은 조윤의 어린 시절부터 펼치지 못한 꿈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글동무이자, 조윤이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그 안에는 질투도 있고, 선망도 있고, 이성적인 감정도 있어요, 그런 복잡다단한 감정이 이 이야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위험한 감정선을 주고받았던 조원 역의 지창욱과는 팽팽한 리허설 과정을 거쳤다. 대사량이 어마어마했던 만큼 지창욱과의 장면은 매번 밀도 높은 긴장감 속에서 치러졌다.

”조원과 붙는 장면은 1부 엔딩부터 대사만 몇 장에 달할 정도로 길고 감정의 폭도 컸어요. 한자리에 앉아서 그 모습 그대로 인물의 기류를 끝까지 끌고 가야 했기 때문에 둘이서 마치 단편 연극을 하는 기분이 들었죠. 매번 만날 때마다 진이 빠질 정도로 디테일하게 동선과 표정을 맞췄어요. 서로를 잘 알면서도 도발하고, 조이는 관계에서 오는 특유의 긴장감을 살리는 게 중요했어요.“

[인터뷰] ‘스캔들’ 손예진이 그리는 욕망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고된 촬영 속 감정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는 정지우 감독 특유의 디렉팅이 이정표가 됐다. 정 감독은 ‘해피 엔드’(1999), ‘모던 보이’(2008), ‘은교’(2012), ‘유열의 음악앨범’(2019) 등을 연출했다.

”감독님은 화를 내라거나 감정을 죽이라는 디테일한 연기 디렉팅을 하지 않았어요. 다만 '조씨부인은 안은 큰 그릇인데 이걸 펼치지 못하고 억눌렸을 때 어떻게 삐져나올까'라는 것처럼 큰 그림을 던져주셨어요.“

손예진인 사극에 출연한 것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2002)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스캔들’은 손예진에게 단순한 사극 복귀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극이 주는 어떤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한복을 입고 머리를 하는 게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내가 연기를 할 때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사극을 피해왔어요. 조씨부인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굉장히 다층적이고, 조선시대가 배경이라 오랜만에 다시 사극을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사극을 이십몇 년 만에 도전한 걸 만족해요. 결혼 전과 후로 나뉠 수도 있는 것 같고, 내가 마흔이 넘어가면서 중년 배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의 챕터들이 한 장씩 덮여가는 것 같아요.”

‘스캔들’은 한국의 미가 돋보이는 연출에는 호평이 쏟아졌으나, 전개를 두고 시청자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가 조씨부인을 연기할 때도 조씨부인이 온전히 공감을 형성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모든 캐릭터들이 일차원적이지 않았고, 복잡다단한 인간 이야기였어요. 그러다 보니 이 이야기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손예진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후배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여배우 중에서 몇 안 되는 열심히 일하는 배우다. 장르, 캐릭터의 폭도 넓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잘할 수 있는, 도전하고 싶은 역할을 하나씩 차근차근 찾으면서 천천히 가보자는 게 있어요. 무조건 작품을 많이 하자는 욕심보다는 축적된 에너지를 좋은 작품에서 발산하자는 마음이에요.”

끊임없이 새로운 모험과 도전하고, 이를 통해 더 넓고 깊어진 연기로 내공을 보여주며 ‘역시 손예진’이라는 신뢰와 믿음을 공고히 하게 만드는 그의 연기 열정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예진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버라이어티’다.

“다음 작품도 변신의 변신이에요. 조씨부인과는 또 다른 변신이자 많은 변신이 될 수도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변신할 수 있는 작품들이 계속 들어온다면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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