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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서부전전 이상 없다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10-21 07:59

넷플릭스 영화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포스터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가 맞닿은(독일 입장에서 서부) 전선에 투입된 병사들의 전투를 그린 소설입니다. 독일 출신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자신의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비정함과 인간의 무기력함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한 전쟁문학의 백미로 평가받습니다.

맹목적인 애국심을 요구하며 입대를 선동하는 선생님의 영향으로 군에 자원 입대한 스무 살도 안 된 학생들이 전쟁터로 나갑니다. 그들은 자기가 죽지 않기 위해 적을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죽인 적군의 시체를 두고 고뇌하며 용서를 구하지만 차츰 살상은 일상이 돼버립니다.
독가스로 폐가 타버려 검은 가루를 토하고, 포탄 파편으로 구멍 뚫린 배를 움켜잡고 달리거나, 적군을 향해 진격하다 총탄을 맞아 머리가 없는 채로 몇 걸음 걷다가 쓰러지는 처참한 전장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도병들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거나 스스로 잔인해지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습니다. 학도병들은 차례로 죽어 나가고 종전을 며칠 앞두고 주인공 파울도 전사합니다. 독일군 사령부는 “서부전선 이상 없음(Im Westen nichts Neues)”이라고 보고합니다.

전투와 죽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보고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고뇌하지 않고 전쟁과 살인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일상임을 상징합니다. 소설 제목 독일어(‘Im Westen nichts Neues)’를 직역하면 ‘서쪽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며 그래서 모든 것이 노멀(normal)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전투와 죽음이 계속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무 이상 없음’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 제목은 냉소를 담은 비유적 표현으로 이해됩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한 전쟁이 5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세계는 우크라이나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 등 서방 세력의 지원을 받으며 우크라이나는 항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벌어졌는지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미국-이란 전쟁도 끝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1차세계대전 당시 참호전으로 이어진 서부전선은 전쟁 내내 고작 몇백 미터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서로 얻은 것도 없이 일상적으로 벌어진 그 참혹한 전쟁터에서 300만 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고 비극적인지를 보여준 ‘나쁜 선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대로 가면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란 전쟁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처럼 자기들한테 유리한 보고만 쌓이겠지요. 아닙니다. 서부전선, 분명히 이상 있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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