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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시공사 교체 논란...대우건설 "8년 협력·사업 연속성 고려해야"

이종균 기자 | 입력 : 2026-11-02 15:37

공사비 감액·물량 증가 일부 수용에도 협상 종료...신규 시공사 선정에 따른 사업 지연 우려

[비욘드포스트 이종균 기자]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공사비와 설계 위험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사업 일정과 국내 원전 산업의 대외 신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2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계약 협상 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산업통상부가 중재에 나서 계약 재협상을 추진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9일 공사비 총액을 낮추고 증가한 시공 물량 일부를 수용하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한수원이 협상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까지 감수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음에도 충분한 검토 없이 협상이 끝났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공사비 증액 요구보다 설계 변경에 따른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있다. 체코 원전은 신규 노형인 APR1000을 유럽 시장에 처음 적용하는 사업으로, 기존 원전과 달리 설계와 시공 물량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시공 컨소시엄의 설명이다.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대우건설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대우건설
◇ 공사비보다 설계 위험 분담이 핵심 쟁점

한수원은 공사비와 계약방식, 업무 범위 등 주요 조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을 종료했다는 입장이다. 최초 입찰 당시 합의한 조건을 토대로 시공비를 조정했고, 국내 전문기관의 검증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기본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 변경으로 발생하는 추가 물량과 비용까지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시공 컨소시엄은 2024년 최종 입찰 당시 설계에 따라 달라지는 물량을 정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설계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시공사가 향후 물량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공 컨소시엄은 한수원이 입찰 과정에서 위험예비비를 자체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시공 견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을 시공사에 요구하는 것은 당초 위험 배분에 대한 협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계약상 책임 범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설계 오류로 발생하는 재공사나 다른 협력업체의 과실 등 시공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까지 부담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주계약상 의무 가운데 시공사가 수행해야 할 책임을 시공계약에 반영하려는 것일 뿐, 부당한 위험 전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 수백억원 선투입한 대우건설, 8년간 사업 참여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장기간 참여해 온 시공사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2018년 한수원의 국내 시공사 선정 절차를 거쳐 체코 원전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과의 경쟁 끝에 선정됐으며, 이후 입찰과 수주 준비 과정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 6월 한수원과 체코 발주처 간 본계약이 체결된 뒤에는 같은 해 7월 사전작업착수지시서를 받아 시공 준비와 인허가 업무를 진행했다.

정식 시공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체코 현지와 경주, 서울 등에서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다. 대우건설은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을 정산받지 못한 채 선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시공 역량을 둘러싼 한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의 원전 건설 경험과 현지 협력체계 등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대우건설은 신월성 1·2호기 이후에도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와 원자력 관련 공사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체코 현지에 직원을 상주시켜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이어왔으며, 현지 인허가와 설계 업무를 지원하는 등 사업 수행을 위한 준비를 지속해 왔다고 강조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 신규 시공사 선정에 따른 사업 일정도 변수

한수원은 기존 시공사와의 협상을 종료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신규 시공계약 체결 목표 시점은 2027년 7월이다.

한수원은 시공사 선정 기간에도 설계와 인허가 등 필수 업무를 병행하고, 체코 발주처와 협력해 전체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 준비에 투입된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과제로 남는다. 신규 업체가 선정되더라도 체코 현지 규제와 인허가 조건, 설계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하고 기존 업무를 인수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기존 업체가 8년간 구축한 현지 협력체계와 기술 검토 결과를 고려할 때 시공사 교체가 사업 연속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사비 문제도 다시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한수원은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금액과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 측은 원가 상승과 사업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공사의 견적금액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존 시공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위험 분담 조건이 신규 입찰에서도 유지될 경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쟁점으로 꼽힌다.

◇ 정부 중재 통한 재협상으로 해법 모색

대우건설이 산업통상부의 중재를 요청한 것도 사업 일정과 시공 위험 분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다.

산업통상부는 2일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에 대응해 장·차관 주도의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고, 예정된 기간과 예산에 맞춰 사업을 수행한다는 'On Time, On Budget' 원칙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정부가 그동안의 협상 과정과 시공 컨소시엄의 최종 제안 내용을 직접 검토하고, 한수원과의 재협상을 중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기존 협상 종료와 별개로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 시공사 교체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사업 정상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한수원은 기존 공동협력협약의 종료 절차와 비용 정산, 성과물 인계 등을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측은 일방적인 협약 해지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체코 원전사업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원전 건설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주요 사업인 만큼, 계약 당사자 간 갈등을 해소하면서 예정된 공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대우건설은 시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위험 분담 구조를 마련하고, 정부 중재를 통해 계약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사업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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