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배우자의 부정행위(외도)를 직감한 이들은 ‘결정적인 증거를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시달리곤 한다. 이로 인해 상대의 잠든 사이에 휴대전화를 열어보거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사설탐정이나 흥신소를 찾아가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외도증거를 수집하게 된다. 하지만 배신감에 사로잡혀 서둘러 확보한 증거들이 정작 법정에서는 외면당하거나, 오히려 수집 과정의 위법성 때문에 가해자가 되어 역고소를 당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외도 증거를 수집할 때에는 법의 한계를 제대로 인지해야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지점은 최근 성행하는 사설탐정이나 흥신소 등을 통한 무리한 증거 수집이다. 민간조사사 제도가 도입되고 합법 영역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타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무단으로 촬영하거나 미행하고 주거지나 타인의 차량에 임의로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행위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형법상 주거침입죄·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
설령 그러한 방식으로 상간자의 신상이나 숙박업소 출입 기록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재판부는 이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보아 증거능력을 배제할 수 있다. 게다가 사생활 침해로 오히려 형사 고소를 당해 합의금을 물어주거나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임의로 해제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캡처하거나 녹음한 파일 역시 민사소송법상 증거로 채택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
법원이 요구하는 부정행위의 증거는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이 담긴 자료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혼인 파탄 정황을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는 첫째, 금융 및 결제 내역이다. 배우자와 상간자 사이의 대화나 카드 사용 내역, 숙박업소·음식점 등에서 주기적으로 결제된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전표, 영수증 등은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임을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이나 금융거래정보조회신청을 통해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공개된 장소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다. 타인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나 CCTV 기록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전 신청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셋째, 자발적인 진술 및 대화 기록이다. 강요나 협박 없이 평상시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간 대화 내용이나 추후 잘못을 인정하며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각서 등은 위법성 논란 없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자료다.
이혼 소송에서의 증거 수집은 양날의 검과 같다. 사법 실무와 증거 능력의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법원의 요구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차분하게 입증 자료를 준비하는 것만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고 정당한 배상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