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부실징후 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일몰(10월15일) 도래로 효력을 상실했다. 입법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기촉법은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에도, 기업이 법정관리라는 낙인 없이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22년간 제·개정을 거치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 왔다.
고금리 등의 여파로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 확대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촉법 재연장은 물론, 상시화와 더불어 기업별 여건에 맞는 다양한 구조조정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백종호 연구위원의 ‘기촉법 일몰 이후 구조조정, 어디로 가는가’ 보고서에서다.
금융당국은 국회와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하면서 채권금융기관의 자율협약을 통해 입법 공백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온 워크아웃 제도가 중단됨에 따라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인 법정관리(회생절차)만 남아 당분간 시장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촉법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 시 부실징후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지원 등 신속한 워크아웃을 지원하는 제도로 주요 기업의 정상화에 활용되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워크아웃 기업의 구조조정 성공률은 34.1%(정상화 기간 3.5년)로 회생기업(12.1%, 정상화 기간 10년)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나 효율적 기업 구조조정 수단이라는 점이 입증되었다.
보고서는 기촉법이나 법정관리는 각각 장단점이 있어 2가지 제도가 지금까지 상호보완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한다.
법정관리는 채권·채무 동결과 강력한 채무재조정으로 해당 기업의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고, 이해관계자간 공평한 손실부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으로 기업들은 영업활동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협력기업도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워크아웃은 절차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낙인효과를 피할 수 있고 신규자금 지원 가능성, 상거래 유지를 통한 영업력 보존 등 회생절차와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기촉법을 둘러싼 근본적인 이슈는 변제의 공정성 문제다. 기촉법이 채권단 75% 이상의 합의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소수 채권자의 재산권, 평등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는 2001년 한시법으로 시행된 이후 매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채권자가 워크아웃 진행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는 물론 청산가치 보장의 명문화 등 권리보호 장치가 강화되어 재산권 침해는 적다는 반론도 있다.
경기침체에 고금리 지속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일명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 수는 4,000여개(외감기업 기준)에 육박한다. 과거 10여년간 저금리로 좀비기업이 연명할 수 있었으나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9월까지 법원에 파산 신청한 법인은 1,21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나 증가하고 8월까지 전국 어음 부도액은 3.6조원으로 2015년 이후 최대로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백 연구위원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단점이 각각 있는 만큼 기업이 처한 상황과 특성에 맞는 구조조정 절차가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일시적 위기에 놓인 기업에 신속한 지원이 가능한 워크아웃과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가 공존하는 환경이 기업 구조조정 생태계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현 기업 구조조정 체제에서 진일보한 계획과 로드맵을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부실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다양하고 효과적인 제도를 통해 부실기업 정상화를 돕는 기업 구조조정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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