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이 모두 부진한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이 같은 경영성과에 대해 뼈아픈 성찰을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20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이 열렸다. 신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 BU 및 지주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신 회장은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는 못 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는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은 과거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둔화, 국가간 패권 다툼,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고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 환경문제의 심각화 등 전 사업부문에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며 "살아 남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 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변화를 위해서는 직원 간 소통이 자유로운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립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며 "모든 직원들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열정과 끈기로 도전해 나가는 위닝 컬쳐가 조직 내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진행된 대규모 임원인사에 대해서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며 자리에 모인 대표이사들에게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모든 사업부문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자원 배분과 투자를 진행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전략 재검토를 재빨리 하는 한편,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해 달라고 했다.
롯데의 상반기 VCM은 그룹의 새해 목표 및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하반기엔 사업군별로 모여 각사 현안 및 중기전략을 발표하고 향후 성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VCM에서는 2020년 경제전망, 2019년 그룹사 성과 리뷰 및 중기 계획 등이 공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