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핼러윈 데이를 앞둔 지난 주말 수많은 꽃다운 청춘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29일 22시쯤 이태원에 수만명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사망자가 154명으로 집계됐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30일 오후 8시 50분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1명 늘어난 154명으로 집계됐다.
남성 사망자는 56명, 여성 사망자는 98명이다. 서울경찰청은 사망자 가운데 153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족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외국인 사망자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14개국 26명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1명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사망자 수는 오전 2시 59명, 6시 149명으로 급증했고 오전 11시 기준 151명, 오후 4시 30분 기준 153명, 오후 8시 50분 기준 154명으로 계속해서 늘었다. 소방 당국은 중상자 중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망자는 일산동국대병원, 평택제일장례식장, 이대목동병원, 성빈센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보라매병원, 삼육서울병원, 성남중앙병원, 순천향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서울·경기 지역 42개 병원과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부상자는 강남성심병원 등 38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10시 15분쯤부터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사람이 깔려 호흡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좁고 경사진 골목에서 사람들이 넘어지고 뒤엉키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직후 해밀톤 호텔 앞 도로에 수십명이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정부는 30일부터 오는 11월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고,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서울시는 31일부터 서울광장에, 용산구는 이태원 광장에 합동 분향소를 운영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이번 참사의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다시 한번 사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총리는 “사망자 154명 중 1명을 제외하고 신원 확인이 마무리돼 이제는 장례 절차 등 후속 조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라며 “유가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사고 발생 이후 ‘이태원 사고 중대본’을 즉시 가동하고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하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방에 거주하는 유가족에 대한 지원과 외국인 사망자 가족들의 입국 지원 등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어제부터 11월 5일 24시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고 합동분향소도 오늘 아침부터 운영에 들어간다”며 “서울시와 용산구는 합동분향소 운영과 사상자 지원 등 사고 수습에 더욱 박차를 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불행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필요한 제도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지자체, 관계기관, 의료기관은 함께 힘을 모아 마지막 순간까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사상자 구조에 애쓴 구조 인력들의 노고와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이번 참사와 관련 “일부에서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조작 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을 공유하고 있다. 절대 자제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사고 원인 수사에 착수했다. 해밀톤 호텔 뒤편 골목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현장 동영상을 대거 확보해 상황을 재구성하는 등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