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에 따른 고금리가 계속되자 지난해 은행의 가계대출이 연간 기준으로 통계 이래 처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이 큰 폭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2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론 양도분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조6000억원 줄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 감소한 것이다.
통상 가계의 자금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감소는 이례적이다.
월 기준으로도 최근 9년 이래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사례를 보면 2014년 1월(-2조2000억원), 2021년 5월(-1조6000억원)과 12월(-2000억원), 지난해 1월(-5000억원), 2월(-2000억원), 3월(-1조원), 7월(-3000억원), 9월(-1조3000억원), 10월(-6000억원), 11월(1조원)이 전부다.
그만큼 높아진 금리가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6차례(지난해 4, 5, 7, 8, 10, 11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금리에 영향을 준다.
연간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중에는 전세자금 수요 부진에도 집단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안심전환대출 실행 등 개별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늘어난 데 기인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000억원 늘었다. 이는 4개월 만에 다시 증가한 것이다.
은행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정책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지난달 12월말 기준 798조8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3조1000억원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20조원 늘어 전년(56조9000억원)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부동산 규제와 금리 인상의 여파가 작용한 결과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말 257조9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2조8000억원 줄어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은 “기타대출은 12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기준으로는 22조8000억원 줄어 앞서 영끌족, 빚투족이 부각되던 2020~21년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기간 기타대출은 각각 32조4000억원, 14조7000억원 늘어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