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를 내세운 가운데 정작 설계안에는 초소형 평형이 대거 포함돼 그 주장이 모순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중대형 평형을 확대해 고급화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전체 2,360세대 중 약 25%에 해당하는 572세대를 10평대 초소형 평형으로 구성했다. 이는 경쟁사인 현대건설의 초소형 평형 비율(12.86%)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삼성물산이 내세운 ‘고급 주거’라는 명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한남4구역은 한강, 남산, 용산공원 등을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입지다. 특히 한남동은 ‘나인원한남’과 ‘한남더힐’ 등 최고급 주거 단지들로 유명하며, 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이들 단지는 고급 주거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남더힐은 전체 600세대 중 467세대가 65평 이상의 대형 평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머지 133세대만이 26평대의 중형 평형이다. 나인원한남 역시 전체 341세대가 모두 75평 이상의 대형 평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한남동의 공동주택은 대형 평형 위주로 이루어져 고급 주거지로서의 가치를 확립하고 있다.
이에 삼성물산이 초소형 평형 비율을 25%로 계획한 설계안은 한남동의 고급 주거지 이미지와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초소형 평형 비율을 25%로 계획한 설계안은 한남동의 고급 주거지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특히 삼성물산의 조감도에서 초소형 주택으로 보이는 일부 구간은 10호 조합 이상의 장벽 형태인 복도식 구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삼성물산이 계획한 초소형 세대에 임대 뿐만 아니라 일반분양 약 280세대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남동에서 고급 주거를 원하는 일반 분양자들의 기대와 크게 어긋나는 설계로, 한남동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와의 괴리를 더욱 부각시킨다.
초소형 평형은 면적의 한계로 인해 주거지에서 핵심으로 요구되는 요소들을 구현하기 어렵다. 넓은 공간감이나 고급 인테리어, 여유로운 생활환경, 프라이버시 확보 등 고급 주거지로서 필수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초소형 평형이 과도하게 배치되면, 한남동이 가진 프리미엄 가치를 희석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한남동에서 분양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넓고 안정적이며 여유 있는 생활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보면, 삼성물산의 초소형 평형 위주의 설계안은 이러한 수요와 거리가 멀어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에서 단지 가치를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대형 평형이 많은 방향으로 설계를 계획했기에 단지 고급화가 가능하다는 삼성물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 역시 초소형 평형을 강조한 설계는 조합원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시장에서 단지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삼성물산의 모순된 전략은 이율배반적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건설의 설계안을 살펴보면, 삼성물산의 모순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건설은 초소형 평형 비율을 12.86%로 제한하면서 중대형 평형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계획했다. 이를 통해 단지 고급화라는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특히 20평대와 30평대로 일반분양 세대를 구성하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를 겨냥했다. 이러한 설계는 한남동의 고급 주거지 이미지에 부합하며,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이 자료를 통해 전체 세대의 70%에서 한강뷰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도 논란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한남4구역의 지형적 특성과 3, 5구역의 추후 신축계획 등을 고려할 때, 한강뷰 확보가 가능한 세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조합도 최근 공문을 통해 한강뷰가 가능한 세대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각종 논란 속에서,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서 내세운 고급화 전략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 조합원은 “고급화를 내세우면서 초소형 평형을 이렇게 많이 포함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한남동의 부촌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예전 80년대 복도식 주공아파트 설계를 가지고 오는 등 조합원의 기본적인 니즈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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