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더딘 내수회복, 수출의 성장기여도 둔화 등 경제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대외적으로 트럼프 리스크와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환율은 금융권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급등한 환율은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CET1 비율 13%를 달성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자체 RWA(실물연계자산) 감축 노력을 하고 정부도 자본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정희수 소장의 ‘환율과 주주환원의 역학관계’ 보고서에서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을 의미하며 BIS비율 중 하나이다. 자본건전성 지표로 활용되어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며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CET1은 Common Equity Tier1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보통주자본’이라고 한다. 보통주자본에는 보통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이 포함된다.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는 금융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지난해 9월말 1,309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리스크를 반영하면서 11월 중순 1,400원을 상향 돌파한 후 12월 초 계엄발령 및 해제, 탄핵소추 가결 등의 정치적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1,450원에 진입하였다.
12월 중순 미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향후 금리인하 횟수가 4회에서 2회로 축소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반영되어 1,470원으로 추가 상승하였다. 불과 3개월 만에 12% 상승했으며, 현재도 미국의 강한 성장에 기반한 강달러 현상과 함께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 환율은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수출기업의 외화예금 인출이 증가해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 질 수 있으나 금융회사별로 보면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주주가치 환원과 환율의 연관성이 매우 높아졌다. 외화표시 자산과 해외 출자금이 환율에 노출되면서 위험가중자산(Risk Weighted Assets, RWA)이 증가해 보통주자본 (Common Equity Tier1, CET1)비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보고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주주환원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CET1 비율 13%이다. 다른 조건이 불변일 때 환율변동만으로 CET1 비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연말 환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연말 환율이 조금이라도 내려가기를 원했으나 2024년 12월 30일 1,472.5원(종가)으로 마감하였다.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회사들의 바람과는 달리 연말 환율이 고점에 형성되면서 CET1 비율 13%를 맞추기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 등 다양한 노력을 병행해 왔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은 국내 증시의 안정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 유치에 중요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도하는 금융권에서 그 출발점은 CET1 비율 13%이다.
정 소장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금융회사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RWA 감축 노력을 병행하면서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추구해야 한다. 또 최소한의 자본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