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파킹형 상품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무위험지표금리(KOFR)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CD(은행예금성증서)형을 거쳐 머니마켓형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가 올해 1634억원의 개인 순매수가 집중돼 파킹형 ETF 중 1위를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 등을 포함한 자금유입 규모도 1조8370억원으로 전체 ETF 중 1위에 올랐다.
이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공격적인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의 단기자금 운용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이 상품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세미나 요청도 급증했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초단기 채권과 CP(기업어음) 등에 투자하는 등 MMF(Money Market Fund)의 운용 방식을 기반으로 설계된 ETF다.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MMF에 비해 유연한 운용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MMF의 포트폴리오와 종목 구성과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이 비슷하지만, 운용 규정상 투자상품별로 보유 비중에 제한이 있는 기존 MMF들에 비해 이 상품은 운용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고 시가평가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MMF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또한 ETF.com과 JP모건 등은 단기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MMF는 상품 특성상 운용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유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MMF 상품을 선택할 때 상품의 규모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의 순자산은 현재 5조8598억원으로 전체 ETF 상품 962개 중 3번째로 많으며, 동종 머니마켓액티브 ETF 뿐만 아니라 단기자금 파킹형 ETF 중 규모가 제일 크다.
기준 금리가 연 2.75% 수준으로 낮아진 현재 상황에서 일반 MMF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서 신용 등급이 높은 우량 크레딧물 위주로 상품을 엄격히 제한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어 기관 투자자들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이끌어냈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지난 8월 상장 후 연 환산 수익률 3.61%를 기록했다.
특히 매도 이후 다음 날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익일 환매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장외 설정과 해지를 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자금 운용처로 이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1주당 10만원으로 상장되면서 투자자들의 실질 거래 비용이 타사 상품대비 상대적으로 더 낮게 설계됐다. ETF 특성상 1주당 가격에 상관없이 호가 단위가 5원인 만큼 LP(유동성 공급자)의 매수·매도 호가를 촘촘히 제시하고 있으며 당일 거래가격의 저가와 고가의 차이가 5원에 그친다. 가격 변동이 적은 만큼 실제 투자자들은 원하는 금액만큼 한 번에 매매해 수수료 부담을 크게 줄였다.
윤성인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미·중 관세전쟁이 심화되고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져 안정적인 파킹형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KODEX 머니마켓액티브의 경우 초단기 채권과 유동성 자산으로 구성된 비교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시장 금리 변동에 대한 충격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MMF보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시가평가를 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ETF는 연금계좌(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내 100% 한도로 담을 수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대기성 자금 피난처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