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이동식 사다리의 위험성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현장에서는 ‘2인 1조 작업’이나 ‘안전모 착용’ 등의 대책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험성평가 또한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현장에서 작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과학적·체계적 접근법이 절실하다.
이러한 접근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이동식 사다리 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섯 가지 핵심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높이를 마주할 때 현장의 지혜는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할 때, 우선 다음과 같은 항목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작업 높이는 얼마나 되는가 ▲필요한 자재 및 공구는 무엇인가 ▲작업 공간의 구조와 배치는 어떠한가 등이다.
이와 같은 기본 정보를 분석한 후 3.5m 이상의 고소작업, 장시간 소요되는 작업, 무거운 짐을 운반해야 하는 작업, 몸을 과도하게 뻗는 동작(overreaching) 등이 포함된다면, 사다리보다는 이동식 틀비계나 고소작업대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안전한 선택이다.
둘째, 작업 높이에 맞는 사다리를 선택하라.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기 전에는 작업 지점의 높이(거리)로부터 사다리의 최상부 높이(최대 길이) 간의 간격이 4ft(약 120cm) 이내에 들어오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는 작업 지점으로부터 약 120cm 아래에 사다리 상부가 위치해야 비교적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NIOSH(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에서 발표한 ‘Ladder Safety App User Manual’에 따르면, 작업자의 손이 닿는 높이와 사다리 높이 간의 이상적인 간격은 4ft로 권장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위 표를 보면 작업자가 손을 뻗는 위치(Maximum Height You Want to Reach), 사다리 전체 길이, 사다리 위에 실제로 올라가도 되는 최대 높이(Highest Standing Level)는 서로 연관돼 있다. 이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적절한 사다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다리의 최상부 발판과 그 아래 디딤대는 작업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하중에 맞는 사다리를 선택하라
사다리는 사용자 체중과 공구, 자재의 무게를 모두 견뎌야 한다. NIOSH는 하중에 따라 5단계로 사다리를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하중에 따른 세분된 분류 체계가 없는 실정이다. 다만 대부분 사다리의 측면에는 최대 사용 하중이 표시돼 있으므로, 이를 작업 전 반드시 확인하고 적정 제품을 선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때 사용하중 표기조차 없는 사다리나 제작 구조가 불량해 신뢰할 수 없는 사다리는 과감히 폐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판단은 결국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사다리 점검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많은 현장에서 사다리는 별다른 관리 없이 고장이나 부식, 마모 여부도 무시된 채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사전 또는 정기적인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디딤대 손상 ▲잠금장치(힌지) 및 미끄럼방지장치(end-cap) 기능 이상 ▲벌어짐방지장치 및 전도방지대(아웃트리거) 등 정상 작동 ▲리벳팅, 볼팅 상태 및 제품 표시 라벨 부착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점검 항목은 우리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구성돼야 한다.
다섯째, 사용자는 반드시 사다리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계획이 있어도 사용자의 행위가 안전을 크게 좌우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수칙으로는 ▲바닥면에서 올라선 높이가 3.5m 초과 시에는 사다리 작업 금지 ▲사다리 작업 시에는 반드시 안전모 착용 및 턱끈 조임 ▲몸은 좌우 쏠림이 없도록 사다리 양쪽 사이드레일 사이로 유지 ▲최상부 발판 및 그 하단 디딤대는 사용 금지 ▲정면을 향해 3점 지지(three-point contact) 원칙 준수 ▲자기 팔 길이 이상 떨어진 곳까지 작업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이제는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라는 안일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사다리는 구조적으로 떨어짐의 위험이 상존하는 도구다. 따라서 작업 여건에 맞는 사다리 선정과 하중 고려, 안전 점검과 사용자의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가 병행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이동식 사다리 사고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