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추가 구속자 발생일 정희민 대표 용산정비창홍보관 방문
사고 부정 영향 묻는 조합원 질문에 현장관계자 "문제 없다" 일축
사망사고 '뒷전'…수주전만 열 올리는 포스코이앤씨 비난 이어져
신안산선 붕괴사고로 임직원 2명이 추가 구속된 10일 용산정비창 재개발 홍보관을 찾은 정희민 대표(왼쪽 세번째)./조합원 제공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씽크홀로 인한 사고고 국책 사업이라 회사에 큰 지장이 없다. 금융도 좋고 판결까지는 먼 훗날이니 아무 상관 없다.”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가 지난 10일 용산정비창 재개발 홍보관을 방문한 당일, 현장 관계자가 신안산선 사고의 여파를 묻는 조합원에게 이 같이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익명을 요구한 용산정비창 재개발 조합원에 따르면 신안산선 사고가 수주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조합원에게 현장 관계자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해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정희민 대표는 지난 10일 용산정비창 재개발 홍보관을 방문해 조합원들과 소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사고로 포스코이앤씨 관계자 2명이 추가 구속된 당일이다. 이날 정희민 대표를 만난 조합원들은 사망 사고로 인해 임직원이 구속된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수주 홍보전에 뛰어든 것에 의아함을 표했다. 여기에 현장 관계자가 신안산선 사고를 씽크홀 사고로 축소하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희민 대표는 지난 4월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사고 직후 용산정비창 수주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해 여론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고 수습보다 수주 홍보를 우선하는 포스코이앤씨의 모럴헤저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 안전관리 책임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날 추가 구속으로 신안산선 사고로 형사 입건된 포스코이앤씨와 협력업체 인력은 5명으로 늘어났다.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는 지난 4월 11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복선전철 5-2공구에서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숨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2주 후 포스코이앤씨 본사 및 현장사무소 등 9곳을 압수수색하고 확보한 17만여건의 자료를 분석 중이며,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붕괴 전날 터널 기둥 균열을 인지하고도 보강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재(人災)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신안산선 터널붕괴사고 현장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는 사고 당일은 물론 사망자의 시신이 수습되기도 전에 홍보 영상에 출연한 데 이어 사고 책임자 구속 당일마저 재개발 수주전 홍보에 나서 “사고는 뒷전, 수주가 먼저”라는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4월에도 어떤 공식 입장발표나 사과도 없이 사망자 수습 전날수주 영상에 대표가 출연한 데 이어, 또다시 추가 구속자가 나온 날에 홍보관을 찾은 것은 중대한 윤리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표이사 개인의 모럴헤저드를 넘어 기업의 이미지 실추까지 우려된다”고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는 사고에 대한 대내외적 사과나 책임 언급 없이 곧바로 1조원대 재개발 수주전에 뛰어든 행보에 대해 “사고는 뒷전, 수주가 우선”이라는비난의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감전, 추락, 붕괴 등 총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며 업계 최다 사망사고 사업장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신안산선 참사와 대구 아파트 현장의 추락사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정희민 대표는 신안산선 사고 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홍보영상 출연에 수주전 홍보에 직접 나서면서 재발 방지 약속이 형식적인 발표였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연이은 사고와 미흡한 대응에 대해 시민사회와 건설업계도 포스코이앤씨를 질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주전에 집중하기에 앞서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과 진심 어린 반성이 시급하다”며 “경영진의 인식 전환 없이는 재발 방지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기업문화”를 지적하며, 포스코이앤씨가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 인정과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오는 6월 22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기업 신뢰도 저하가 수주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수주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재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이 과연 대규모 정비사업자로 적합한 지를 심판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