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 물질 내 전하·스핀·격자 간 상호작용 분석으로 양자 상태 제어에 단서 제공
- 미국·이스라엘 연구진과 공동연구…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게재
- 오지섭 교수 "향후 양자 컴퓨터 구현을 위한 원천 기술로 활용 기대"
숙명여대 신소재물리전공 오지섭 교수 (사진제공=숙명여대)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숙명여자대학교(총장 문시연)는 신소재물리전공 오지섭 교수 연구팀이 양자 컴퓨터 구현의 핵심으로 꼽히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을 제어하는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로써 차세대 정보기술 혁신을 이끌 양자 기술의 근본이 될 첨단 양자 물질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연구팀에 따르면 ‘꿈의 물질’로 불리는 고온초전도체를 비롯한 강한 전자 간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강상관계 물질에서는 초전도, 자성, 격자 및 오비탈 정렬 등 다양한 양자 상(quantum phase)이 발현된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정렬 상태에 띠 구조의 위상학적 특성이 결합되면 위상초전도체(topological superconductor) 같은 특별한 양자 얽힘 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양자 비트(큐비트, qubit) 구현을 위한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초전도, 전하밀도파, 스핀밀도파 등 양자 상을 구현할 수 있는 카고메(kagome) 격자 구조 물질들이 양자역학적으로 얽힌 상을 발견하고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자성, 전하밀도파, 스핀밀도파가 공존하는 유일한 물질인 카고메 FeGe에서 격자, 전하, 스핀 세 가지 자유도의 상호작용에 의한 띠 구조의 변화를 각분해광전자분광법(angle-resolved photoemission spectroscopy, ARPES)을 이용해 정밀하게 관찰·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격자, 전하, 스핀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독특한 얽힘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왼쪽 위) FeGe의 결정 구조(왼쪽 아래) FeGe 내 자성 정렬과 전하밀도파의 공존[출처: Advanced Light Source] (가운데) FeGe의 띠 구조(오른쪽)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격자, 전하, 스핀의 FeGe 내 온도 의존성 (사진제공=숙명여대)
특히, 전하밀도파 질서 형성에 필수적인 Ge 원자의 이합체화(dimerization)가 스핀밀도파 형성에 의해 억제되면서도, 동시에 전하밀도파를 강화하는 정교한 상호작용을 규명했다. 이는 강상관계 물질의 새로운 양자상태 제어를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오지섭 교수는 "온도 변화에 따른 전자 구조의 미세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함으로써 양자역학적 자유도 간 상호작용을 분리해낸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며 "이번 성과는 양자 비트의 구현과 검증을 위한 원천 기술로, 차세대 양자 기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미국 UC 버클리, 라이스 대학교,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 및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와의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IF 12.5, JCR 8.5%) 7월 2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논문 제목: Disentangling the intertwined orders in a magnetic kagome metal(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t2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