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우 교수·최병옥 교수 공동연구팀, 마찰전기를 이용한 무선 신경자극 시스템 구현.
-체내 특정 부위 정밀 자극 가능...생분해성 삽입체로 부작용·재수술 부담도 해소.
-말초신경 치료는 물론 파킨슨병, 뇌전증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정밀 의료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김상우 교수팀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최병옥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외부 전력공급 없이 신체 움직임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전기를 몸속 특정 부위에 집중시켜 신경을 자극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고, 이를 활용한 무선 신경 치료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배터리나 회로 없이도 신경 치료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약 기술로, 차세대 정밀 의료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7월 24일(한국시간) 게재됐다.
최근 신경 손상, 감각 저하, 신경 재생 지연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서 ‘전자약’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약은 신경세포의 전기적 특성을 활용해 자극을 가함으로써 손상된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술로, 약물보다 표적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전자약 기기는 배터리와 복잡한 회로를 포함하고 있어 크기와 무게의 제약이 있고, 제거 수술이 필요하거나 염증, 조직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걸을 때 지면과의 마찰로 발생하는 마찰전기(정전기)에 착안했다. 신체 외부에 위치한 마찰전기 발전기를 통해 낮은 세기의 안전한 저주파 전류를 인가하고, 체내 신경 손상 부위에는 생분해성 금속을 삽입해 전기저항을 낮춤으로써 전류가 해당 부위에 정밀하게 집중되도록 설계했다.
(그림1) 체내 전류 이동 경로 제어를 통한 신경치료 기술 개요 (사진제공=연세대)
쥐와 돼지를 활용한 전임상 실험 결과, 삽입 부위에는 약 4% 이내의 낮은 감쇠율로 전류가 집중됐으며, 신경 재생 효과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됐다. 특히 체내에 삽입된 생분해성 금속 삽입체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분해돼, 제거 수술이 필요 없는 점이 확인됐다. 이러한 특성은 복잡한 회로나 배터리 등이 필요한 기존 전자약 기반 신경자극 기술과 달리, 체내에 전도성 소재만 삽입해 치료를 가능하게 한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그림2) 체내 전류 이동 경로 조작을 통한 신경치료 효과 검증. (사진제공=연세대)
이번 기술은 회로나 배터리 없이도 체내 전류 흐름을 설계해 자극을 원하는 부위에만 전달할 수 있으며, 전류의 세기와 자극 시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향후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뇌 질환 등 고정밀 신경조절이 요구되는 치료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김상우 연세대 교수는 “배터리나 회로 없이 체내 전류 경로를 설계해 원하는 부위에만 정확하게 자극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기존 신경자극 기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옥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이번 기술은 말초신경 치료는 물론, 파킨슨병과 뇌전증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신체 깊은 부위의 자율신경 자극 등 다양한 정밀 의료 분야로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